이용민 칼럼위원

▲ 이용민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의 또 다른 퍼포먼스로 펼쳐지는 홈런레이스가 흥행 성공을 일으켰다. 성공의 포인트는 4분이라는 시간 안에 홈런을 얼마나 생산해 내는가와 홈런이 터질 때마다 화면에 즉각 뜨는 비거리를 나타내는 숫자이다. 공 10개를 던져 몇 개를 넘기는가 하는 예전방식에 비해 훨씬 박진감이 넘친다. 무엇보다도 마치 게임을 즐기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대량전달체계인 메스미디어의 발달에 힘입어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안방에 앉아 각자의 취향대로 게임처럼 다루게 된 것도 이제 꽤 익숙한 모습이 됐다.

최근에 일어난 그리스 디폴트(채무 불이행)사태에서도 시시각각 전해져 오는 그리스 현지의 반응이나 유로존에 속해 있는 다른 국가들의 반응까지 다양하게 전해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어떤 이는 여전히 '신들의 나라'에 대한 경외감으로, 또 어떤 이는 유럽의 변방에 위치한 형편없는 나라로 아무런 애정도 없이 오직 게임으로만 열중하기도 한다. 그들에겐 운명이 달린 국민투표조차도.

사실 지구촌이라는 표현이 익숙해지면서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야'라는 동질감을 가질 수 있었던 반면, 상식이나 본인이 가진 기본적인 질서에 맞지 않는 상황을 바라다보는 시각에는 검증되지 않은 가설들이 생산되기도 했다. 그리고 사실 관계를 떠나 이런 종류의 스토리들은 지구인 전체에게 흥미를 유발시키는 요소임엔 틀림없는 것 같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형태가 일종의 '음모론'인데 그 중에도 '음모이론'은 이런 것들이 나름의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읽혀진다.

'음모이론(Conspiracy theories)'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어떤 특별한 조직의 음모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는 믿음을 담고 있다. 예컨대 프리메이슨이라는 집단이 세계 지배 권력의 상층부를 은밀하게 장악하고 있다는 주장이 서구에서 꽤 그럴싸하게 유포돼 온 것이 음모이론의 한 보기가 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비밀결사체라고 하는 프리메이슨은 무수한 스캔들의 진원지이다. 가입절차와 의식, 조직에 이르기까지 무엇 하나 선명하게 밝혀진 건 없지만 신비로운 역사와 불투명성 때문에 늘 음모론의 중심에 있으면서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각종 예술활동의 소재가 되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 보면 아예 제목이 음모이론인 멜 깁슨 주연의 '음모이론'이 있고 세계적으로 흥행에 크게 성공한 맷 데이먼의 '본'시리즈(2002∼2007년)나 톰 행크스의 '다빈치 코드'(2006년)도 모두 음모이론을 바탕에 깔고 있다. 2009년 인기를 끌었던 KBS 드라마 '아이리스'도 국제 조직이 관계한 음모이론을 바탕에 깔고 있는데, 이 조직이 바로 프리메이슨으로 추정된다.

원래 프로메이슨은 '로지(작은 집)'라는 집회를 단위로 구성돼 있던 중세의 석공(石工·메이슨) 길드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1717년 런던에서 몇 개의 로지가 대(大)로지를 형성한 것이 그 시초이고 18세기 중엽 영국 전역으로 확산됐을 뿐 아니라 유럽 각국과 미국까지 퍼졌는데, 이때는 이미 석공들만이 아닌 지식인과 중산층 프로테스탄트들을 많이 포함한 조직으로 성장했다고 하는데, 이 이야기대로라면 너무 싱겁지 않은가. 그래서 이 스토리는 이름과 관련한 역사적인 서술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가는 게 좋겠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프리메이슨은 계몽주의 사조에 호응하고 종교적으로는 관용을 중시하며 도덕성과 박애정신 및 준법을 강조하는 등 종교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그 때문에 기존의 종교조직들, 특히 가톨릭교회와 가톨릭을 옹호하는 정부로부터 탄압받게 돼 비밀결사적인 성격을 띠게 됐다고 한다.

프랑스혁명이나 19세기 여러 정치적 사건과 연루되기도 했지만 그 역할이 과장돼 전하는 경향이 있다. 20세기에는 정치와 연관성이 거의 없어졌고 국가 또는 지역단위의 대로지 밑에 몇개의 로지를 두는 식의 회원 상호간의 우호와 정신함양 및 타인에 대한 자선·박애사업을 촉진하는 세계동포주의와 인도주의를 표방한다. 재미있는 것은 모차르트도 프리메이슨 회원으로 활동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 '마술피리'가 초연된 1790년대 독일 라인란트지역 공화주의자들은 프랑스 대혁명(1789년)과 이 오페라를 연관시키는 해석을 시도했는데, '밤의 여왕'은 전제군주 루이 16세를, 타미노 왕자는 민중을, 파미나 공주는 자유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8월29일 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 무료로 공연되는 '마술피리'를 통해 음모론의 실체를 알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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