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광 칼럼위원

▲ 김미광 거제중앙고 교사
여기 세 사람이 모여 누가 누가 더 불행한가라는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첫 번째 사람은 맷 스터츠만, 두 팔이 없는 미국의 양궁선수이다. 두 번째 사람은 이승복씨로 미국의 유명한 존스홉킨스 병원 의사이나 사지마비 환자다. 세 번째 사람은 닉 부이치치,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사지가 없이 몸통만 가지고 태어났지만 그는 세계적 강연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당신은 누가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하는가? 당신이 그 처지라면 가장 이 세상에 살기 싫은 사람이 누구일 것 같은가. 다행히도 세 사람은 동시에 이렇게 말한다. 삶은 살만한 것이고 장애가 있다 해서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없다. 우리는 행복하다!

지난 2012년 런던 장애인올림픽 남자양궁 부문에 많은 선수들이 출전했다. 그들 가운데서 유독 관중들의 눈길을 끈 선수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맷 스터츠만이었다. 그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양팔이 없는 양궁 선수다. 정상인이 정상적인 팔을 가지고도 하기 힘든 양궁을 그는 발과 입을 이용해 시위를 당겨 과녁을 맞췄다. 그가 시위를 당기자 관중들은 일어나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그가 과녁의 10점 만점을 맞춰서가 아니라 그의 불굴의 의지와 노력에 대한 박수였다. 양팔이 없는 장애인으로서 그가 느꼈을 멸시와 빈정거림을 그는 화살에 담아 쏘아올린 것이다. 그는 우리의 정신은 몸에 갇혀 살고 있지만 몸은 정신에 의해서 움직인다는 것을 정확하게 보여준 사람이었다. 이 불굴의 사나이는 자신의 한계에 굽히지 않았다.

또 다른 사람, 존스홉킨스 병원의 이승복 수석전공의는 사지마비 환자다. 우리나라의 올림픽 체조선수로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그는 마루에서 떨어져 척수를 다치고 사지 마비 환자가 되었다. 정상적인 삶을 살다 이런 상황에 처하면 누군들 절망하지 않겠냐마는 그는 삶의 방향을 바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을 돕기 위해 재활의학을 선택해서 그와 같은 환자들에게 삶의 희망을 주고 있다. 병원에서 부르는 그의 별명은 '슈퍼맨 의사'이다.

마지막으로 호주의 닉 부이치치는 어떤가? 그는 사지가 아예 없이 태어났다. 그래도 그는 절망하지 않고 긍정과 희망을 노래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그도 인생에서 가장 깊이 깨달은 것이 감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그 입장이라면 도무지 감사할 것은 없이 온통 불만과 불평으로 가득했을 것 같지만 그는 감사할 수 있을 때 내가 변한다고 말했다.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인 우리나라. 인구 10만명 당 28.5명꼴로 자살을 한다고 한다. 가히 압도적인 수치란다. 자살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맷 스터츠만이나 닉 부이치치 만큼 불행한 신체적 조건을 가진 사람은 그리 흔하지 않을 것이다.

양팔이 없어서, 사지가 마비돼서 도무지 직접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모든 것을 다른 사람의 손발을 빌려서 사는 것에 우울해하고 불행해 했다면 맷 스터츠만, 의사 이승복, 베스트셀러 작가 닉 부이치치는 정작에 자살을 선택했을 것이다.

오늘 삶이 그대를 속이고 이 땅을 살아가는 것이 어렵고 힘든가? 진정한 행복은 고통과 갈등 속에서만 피어난다. 어려움을 겪어서 완숙해진 사람만이 고통 받는 자들을 진심으로 위로할 수 있다.

나도 반백년 살아보니 사는 것이 늘 행복하거나 즐겁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항상 우울하거나 불행하지도 않다. 삶은 다면체라서 끝간데없이 고통스럽다가도 어느 순간엔가 구름 속에서 한 줄기 햇살이 비치듯이 행복과 평안이 찾아온다.

가장 깊은 어둠에 있어본 사람만이 찬란한 빛의 황홀함에 감사하게 된다. 그러니 오늘, 당신의 숨이 끊어질듯한 고통과 괴로움이 찬란하고 완숙한 당신 미래의 삶을 위해서라고 한번 믿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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