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詩人(자료: 거제향토문화사)

옛날에 어떤 부부가 결혼한 지 사흘이 지난 후 아내는 친정에 신랑은 처가에 첫걸음 가는 길이었다. 아내는 집에 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들떠 시가에서 챙겨주는 음식을 이고도 신랑보다 훨씬 앞서서 걸었다.

들길을 따라가면 길은 위험하지 않지만 둘러가는 먼 길이라, 좀 힘들더라도 빨리 가기 위해 산길을 택했다. 이제 큰 재만 하나 넘으면 되는데 고개 중턱 쯤 큰 바위 옆에 커다란 암놈 호랑이가 한 마리 턱 버티고 앉아 있었다.

호랑이를 보자 오금이 떨렸지만 각시는 용감하게 "너는 나 잡아먹기 위해 그렇게 버티고 앉아 있는가?" 하고 물었다. 그러나 호랑이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아니다. 나는 너 잡아먹으려고 있는 게 아니다."
"그럼 너 앞을 지나가도 괜찮은가?"
"괜찮다. 너는 가도 된다. 나는 뒤에 오는 네 신랑을 잡아먹을 것이다."
"신랑은 안 된다. 차라리 나를 잡아먹어라."
"니는 관심 없다. 나는 암놈이라서 남자만 잡아먹는다. 그러니 빨리 지나가라."

각시와 호랑이는 잡아먹어라. 안 잡아 먹는다 하며 승강이를 했다.

"나는 신랑 없으면 못 산다. 신랑이 죽고 나면 나는 먹고 살 길이 없다."
"너는 내가 주는 이것만 있으면 아무 걱정 없이 살 수 있다."

하면서 호랑이는 육각형의 됫박을 던져 주었다.

"이건 뭣에 쓰는 물건인고?"
"말만 하면 무엇이든지 나오는 신기한 물건이다. 첫 번째 면보고 밥 나와라 하면 밥이 나오고, 두 번째 면보고 반찬 나와라 하면 반찬이 나오고, 세 번째 면을 보고 맛있는 거 나와라 하면 맛있는 게 나오고, 네 번째 면보고 돈 나와라 하면 돈이 나오고, 다섯 번째 면보고 집 나와라 하면 집이 나온다. 이것만 있으면 신랑이 없어도 살 수 있다. 대신에 신랑은 내가 잡아먹을 것이다."
"그런데 여섯 번째 면에는 무엇이 나오는지 왜 가르쳐 주지 않느냐?"
"그건 몰라도 된다."
"말해주라. 그렇지 않으면 이 됫박을 가져가지도 않을 것이고 신랑 대신 내가 죽을 것이다."

각시는 용감하게 호랑이게 대들었다. 호랑이는 하는 수 없이

"미운 놈이 있으면 그 면에 대고 '죽으라' 하고 소리치면 미운 놈이 죽는다. 그리고 '살아라' 하면 살고."

그 말은 들은 각시는 바닥에 있는 육각형 됫박을 주워 들고 여섯 번째 면에 대고 소리쳤다.

"호랑이 니가 죽어라."

그 말이 떨어지자 마자 기세등등하던 호랑이가 갑자기 힘을 못 쓰면서 비실거리기 시작했다.

"빨리 '살아라'고 소리쳐라."

호랑이는 각시에게 애원했다. 그러나 각시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비실거리던 호랑이는 잠시 후 픽 꼬꾸라져 죽고 말았다.

"무슨 일이냐?"

늦게 따라오던 신랑이 아무 것도 모르고 물었다.

"호랑이가 좋은 물건을 선물하고 죽었네."

각시는 신랑에게 육각형 됫박에 대해 설명했다. 두 사람은 그 됫박을 가지고 와 뭐든 필요한 것이 있으면 나오게 했다. 미운 놈에게 '죽으라' 하면 죽고, 죽은 놈도 '살아라' 하면 살아났다.

이 이야기는 둔덕면에서 채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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