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추운 밤이었다. 아랍인이 천막 안에서 자려는데 낙타가 머리를 들이밀었다. 바깥은 추우니 머리만 넣게 해달라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잠시 후에는 목을 다음에는 앞다리를 그렇게 차츰차츰 안으로 들어오더니 드디어 천막 안을 차지하고 말았다. 주인은 덩치 큰 낙타 때문에 천막 밖으로 쫓겨나고 말았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전국이 메르스(MERS)로 날벼락을 맞으면서 낙타(駱駝)가 관심의 대상이 됐다. 발병초기에 보건당국이 예방법으로 '낙타접촉 금지'와 '낙타고기와 낙타유를 먹지 말라'고 했다. 실물의 낙타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이 태반인 나라에 이 얼토당토지 않는 대책을 대책이라고 내 놓은 정부가 한심하다.

그럼 왜 낙타가 흔한 중동지역에서는 메르스 난리가 나지 않는가? 낙타는 약 40년 정도 사는데 대개는 2살 무렵에 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이 생긴다. 다만 어미로부터 떨어져 자란 낙타는 면역이 생기지 않을 수가 있어 조심해야한다. 최초의 이 바이러스 감염자도 어린 낙타를 집에서 기르던 사람이었다. 문제는 낙타접촉 금지가 아니라 감염자와 접촉을 금지하는 것이 최고의 예방법인 것이다.

낙타라고 해서 모두 메르스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 혹이 하나 뿐인 단봉낙타인 경우에만 해당한다. 단봉낙타는 주로 중동지방에 있기 때문에 메르스를 '중동호흡기증후군'이라 부른다. 단봉낙타는 쌍봉낙타보다 몸집이 작지만 150㎏ 이상의 짐을 지고 하루에 30-50㎞ 이동할 수 있는 짐꾼일 뿐 아니라 젖과 고기를 얻을 수 있어 중동에서는 일찍부터 사육되어온 동물이다.

우리나라 역사에 최초로 등장하는 낙타는 고려 태조 때 발해를 멸망시킨 거란족이 요나라를 세우고 고려와 친해지기 위해 낙타 50필을 보냈는데 사신 30명은 섬으로 유배시키고, 낙타는 개성 만부교 밑에 매달아 굶어죽게 했다고 고려사절요에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만부교를 낙타교라 불렀다.

왜 낙타를 굶겨 죽었을까요? 답은 '메르스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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