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창수 칼럼위원

▲ 천창수 지세포제일교회 목사
가나안 땅을 정탐하고 가데스 바네아로 돌아온 정탐군 가운데 열 명은 절망적으로 보고했다. "거기 거하는 아낙 자손들은 장대하며, 우리는 스스로 보기에도 메뚜기 같았습니다." 그러나 갈렙과 여호수아는 밝히 드러내어 외쳤다. "두려워하지 말라 그들은 우리의 밥이라."

똑같은 사물이 어떤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정반대로 보일 수 있다. 기골이 장대한 원주민들을 바라볼 때 그 앞에서 스스로를 메뚜기로 볼 수도 있지만, 그 거대한 애굽 제국의 막강한 세력을 물리치고 이스라엘을 구원하여 여기 가데스 바네아까지 인도해주신 살아계신 하나님 여호와를 바라보게 된다면 가나안 땅 원주민들은 기껏해야 힘 안들이고 먹을 수 있는 '밥'일 뿐이었다.

둘 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축복의 땅을 보고 왔지만 한 부류의 사람들은 불가능을 보았고, 또 다른 한 부류의 사람들은 가능성을 보았던 것이다. 물론 갈렙과 여호수아도 나머지 열 명의 정탐군들이 보았던 것처럼 스스로 메뚜기 같이 보였을 만큼 거대한 아낙자손을 보았을 것이다. 좀처럼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성읍 요소 요소에 뿌리내리고 살고 있던 막강한 원주민 일곱 족속을 보지 못했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들은 우리의 밥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그 성읍이 너무 견고했고, 그 거민이 너무 강해 보였지만, 갈렙과 여호수아에게 있어서는 가나안 족속의 장대한 모습보다도 하나님의 약속이 더 컸던 것이다.

갈렙과 여호수아는 모든 부정적인 여건을 뛰어넘어 역사하시는 전능하신 하나님, 여기 가나안 땅을 주시기로 약속하시고 그 언약을 지키기 위해 여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을 바라보았던 것이다.

우리는 3포 시대니 5포 시대니 하는 힘들고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의 시선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방향을 잃고 삶을 표류하게 될 것이다. 먼저 우리는 우리의 어두운 현실을 똑바로 직시해야 한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거기 머물지 말고 눈을 떠서 배후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까지 바라보아야 한다. 하늘에 떠있는 먹구름만 바라보고 좌절할 것이 아니라, 그 위에서 여전히 비치고 있는 밝은 태양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할 때 이제까지 나를 두렵게 하였던 아낙자손 같은 문제들이 모두 '내게 허락하신 밥'으로 보일 것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신다. 두려워하지 말자. 전능하신 하나님을 모시고 있는 사람으로서 겨우 거인 몇 사람을 두려워하고 떤다는 것은 전능하신 하나님을 멸시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가나안 원주민들이 두려워 돌아서려 했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노하시며 말씀하셨다. "이 백성이 어느 때까지 나를 멸시하겠느냐"(민 14:11)

두 사람이 창밖을 내다볼 때 맑은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진흙투성이의 바닥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똑같이 이 세상을 살아간다. 살아가면서 어려운 문제를 만날 때도 있고 즐거운 일들을 만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일들을 만날 때에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은 제각기 다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메뚜기' 자책감에서 벗어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세상을 향해 '밥'이라 외칠 수 있는 용기와 믿음이다. 믿음은 현실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무릎 꿇는 것이다. 사는 것이 힘들고 어렵다 하더라도, 더욱 하나님의 약속을 붙들고 나아가는 믿음의 사람이 되자.

스스로 메뚜기가 되어 움츠러드는 것이 아니라, 갈렙과 여호수아 같이 담대히 "두려워 말라! 그들은 우리의 밥이라!" 외칠 수 있는 믿음의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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