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철봉 칼럼위원

▲ 문철봉 통영YMCA 사무총장
행복한 불편. 얼마 전 통영기상대에서 있은 '지역 기후서비스 순회 간담회'의 초청 강사가 던져준 강의 제목이다. 지금 지구환경의 많은 문제는 인간이 편하게 살겠다는 문명의 이기(利己)로 인한 것이기에 저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지구의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해선 편리함의 추구보다 오히려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고 이 개인의 불편함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일임을 역설한 제목이다.

그렇다, 나 하나의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의 행복을 빼앗고 좌절시키는지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기호품인 커피를 마시면서 이것을 위해 놀이의 자유와 배움의 학습권을 잃어버리고 커피 열매를 줍는 아이가 있다는 걸 생각지 않는다.

내 몸 하나 치장하기 위한 금붙이는 지구의 다른 곳 아이들이 땅속을 파고들며 목숨과 바꾼 것임을 생각지 않는다. 내가 좀 더 편하고 고급스런 의자, 침대들을 취하므로 푸른 숲이 베어지고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의 밀림이 사라지는 것을 생각지 않는다. 낮처럼 환하게 불을 밝히면서 이 불의 원천이 핵이며 이것은 어느 순간에 우리 모두를 잿더미로 만들 수 있다는 것과 이 원전의 방사능에 죽어가는 줄 모르고 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소비가 미덕'이라 하고 '소비자가 왕'이라며 소비를 절대적 가치로 여기고 여기에 필요한 재화 즉, 돈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친다.

통영시에서 하루에 100톤 가까운 쓰레기가 쏟아진다고 한다. 명정골 매립장은 이미 다 찼고 48톤짜리 소각로를 보충해 올봄부터 운영하지만 기존의  50톤 소각로가 2018년이면 사용연수 마감이라 이것을 100톤짜리로 새로 지어 늘어나는 쓰레기를 대비하고 이웃 고성 것까지 처리하려고 한다.

이런 시행정의 계획에 말들이 많다. 여기서 곁으로 드러난 문제점은 '도심과 가까워진 명정골에 증축해서는 안 된다. 옮겨서 지어야 한다' '고성의 쓰레기를 가져와서 처리하는 광역화는 안 된다'이지만 정작의 문제는 100톤의 소각로를 만들면 만들어진 그때부터 최소한 80톤의 쓰레기가 들어가야 이 소각로가 운영 유지 된다는 것이다.

캐나다에 살면서 처음 감탄한 것은 원형에 가까운 자연이었다. 시내 한 가운데 천연의 숲을 간직한 공원이 있고 습지가 있어 쉽게 스컹크와 코요테, 너구리를 만날 수 있고 구스를 위시한 각종의 오리들과 희귀철새들을 볼 수 있었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야생의 사슴과 곰들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불편함 또한 곳곳에 있었다. 주요도로를 조금만 벗어나도 대부분의 길이 비포장이다. 야외에서 휴식을 하거나 음식을 먹으려면 피크닉 구역을 따로 찾아야 한다. 피크닉 구역에서도 불을 피워도 되는 곳인지 아닌지를 확인해야 한다. 캠프장도 마찬가지다. 쓰레기는 짐승들이 뒤질 수 없도록 설계되고 장치한 통에만 버려야한다. 일반 가정에서도 쓰레기를 막 버리지 않는다. 특히 종이는 신문지와 일반 종이를 구분하고 코팅이 된 것과 안 된 것을 일일이 구분해서 내놓는다. 알루미늄 캔과 병들은 수집소(bottle department)에 가져가 적은 돈이지만 맞바꾼다. 이런 모든 행위가 절약하며 검소하게 사는 정도를 넘어 자연과 지구 환경을 위해 인간의 우월함을 양보하고 불편함을 감내하며 참고 사는 것, 더불어 살기 위해 절제하고 인내하는 것임을 알았다. 이로 인해 지구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살기 좋은 도시라는 명성을 얻게 된 것임도 알았다. 이것은 그냥 얻어지는 결과가 아니다. 편리함 보다 불편함을 당연시하고 이를 기꺼이 여겨 왔기 때문에 얻어진, 그래서 모두가 행복해진 결과다.

"행복한 불편"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닌 우리의 지구 미래를 결정짓는 외침이다. 당장 코앞에 닥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명제이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