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든지'라는 이름을 가진 산악회가 있었습니다. 이 회는 가입비로 1인당 만원씩 받습니다. 직장동료 세 사람이 이 산악회에 가입하려고 한사람이 만원씩, 삼만 원을 총무에게 납부했습니다. 총무가 회장에게 보고하자 회장은 세 사람이 단체로 들어왔으니 오천 원 정도는 깎아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총무에게 오천 원을 돌려주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총무는 고민입니다. 계산기로 두들겨 보았더니 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어야 할 돈이 1,666원 하고도 0.66666…원으로 끝이 맞아 떨어지지 않습니다. 난감한 총무는 계산하기 쉽게 세 사람에게 각각 천 원씩 나누어 주고 남은 이천 원은 삥땅했습니다.

참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곰곰이 따져보니 계산이 꼬이는 겁니다. 신입회원은 천 원을 되돌려 받았으니 9,000원씩 합이 27,000원 냈고 여기에 총무가 삥땅한 2,000원을 합치면 29,000원 밖에 안 됩니다. 총무가 처음 받았을 때는 분명히 삼만 원이었는데 천원이 비네요. 왜 꼬이지요?

경기침체로 온 마을이 낙심하고 있을 때 한 손님이 '행복한 펜션'을 찾아왔습니다. 저녁에 펜션을 이용하기로 하고 예약금 10만원을 선불로 주고 나갔습니다. 손님이 떠나자 펜션 주인은 그 돈을 정육점에 가서 외상값으로 갚았고, 정육점 주인은 그 돈을 자기 집에 물건을 대 주는 도매상인에게 고기 대금으로 주었습니다. 도매상인은 그 돈으로 외상 술값을 갚았고, 술집주인은 지난 번 친척들이 왔을 때 행복한 펜션을 이용하고 아직 갚지 못한 숙박료를 해결했습니다.

저녁 무렵이 되자 돈은 행복한 펜션 주인에게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때 예약한 손님이 와서 집에 급한 일이 생겨 숙박을 못하게 되었다며 자기가 냈던 10만원을 찾아가 버렸습니다.

다시 마을은 처음처럼 조용해졌습니다. 이 마을에는 새로운 수입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그동안 진 빚으로 고민하던 사람들의 걱정이 말끔히 정리되었습니다. 이상하네요.

사는 일이 복잡해지는 것은 참 쉬운 일을 참 어렵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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