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쭉꽃이 역사기록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삼국유사》다. 신라 성덕왕(702~737) 때 순정공이 강릉 태수로 부임하기 위해 가던 길에 어느 바닷가에 이르러 점심을 먹기 위해 쉴 때였다. 그의 아내 수로부인이 낭떠러지 위에 철쭉꽃이 핀 것을 보고, 그 꽃을 꺾어달라고 했지만 너무 가파른 곳이라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그때 마침 암소를 끌고 지나가던 늙은이가 꽃을 꺾어 부인에게 바치면서 부른 향가가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

'척촉화'라는 말은 본래 '양척촉'에서 비롯됐다. 양척촉이란 말은 양이 이 꽃을 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상도 지방에서는 진달래꽃을 참꽃·산철쭉을 개꽃이라 불렀다. 참꽃은 날것으로 따 먹었지만 개꽃은 먹으면 죽는다고 어른들이 가르쳐 주었다. 배가 고팠던 시절 개꽃을 참꽃인줄 알고 따 먹었다가는 그날 밤에 배가 아파 뒹굴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전국 제일의 철쭉 군락지로 알려진 지리산 바래봉에서 올해 21회 철쭉제가 열렸다. 옛날에는 여기가 울창한 숲이었으나 1971년 시범 면양목장을 설치해 운영하면서 면양을 방목하자, 양들이 철쭉만 남기고 다른 잡목과 풀을 모두 먹어치워 자연스럽게 철쭉만 남아 군락을 이루게 된 곳이다. 양들이 만든 예술작품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며칠 전 울산 신불산에서 국내 최고령으로 추정되는 700살 된 밑둥둘레 165cm의 철쭉나무가 발견되었다. 지금까지 발견된 최고령 철쭉나무는 소백산 옥돌봉에 자생하는 밑둥둘레 139cm로 수령 550살이었는데 이보다 무려 150년을 더 산 장수나무로 기록될 일이다.

꽃이 예쁘면서 오래 살기까지 하니 이보다 좋을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