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하고 송사하면 진다'라는 말은 이래서 생겼다.

둔덕면 어느 마을에 봉사가 살았는데 그 친구는 재주는 있으나 밑천이 없었다. 이 친구가 봉사에게 오면 푸념처럼 한다는 소리가 "윗마을 아무개가 부치는 논을 내가 삼년만 부치면 한 밑천 마련하겠는데…" 하며 들먹거렸다.

몇 번 그 말을 들은 봉사는 "좀 기다려 보게. 내년에 내가 그 논을 사면 자네가 한 삼년 부치게나" 하고 약속을 했다. 그리고 다음해가 됐다. 봉사는 친구를 집으로 불러서는 "여보게, 내가 그 논을 샀네. 그러니까 올해부터 자네가 농사를 지어 보게나."

친구는 봉사 말만 철석같이 믿고 그날로 논에 나가 땅을 갈기 시작했다. 그 논 임자가 논에 나와 보니 웬 사람이 논을 갈고 있으니까 왜 남의 땅을 마음대로 손대느냐고 시비가 붙어 크게 싸웠다.

친구는 당장 봉사에게 가서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말하자 봉사는 "그 나쁜 놈이 있나. 나한테 논을 팔 때는 언제고, 아무 걱정말고 가서 논이나 갈아라."

그렇게 하여 또 시비가 붙자 논 임자가 관에 고발을 하고 말았다. 드디어 봉사와 논임자 사이에는 재판이 시작됐는데 판사가 봉사에게 땅을 샀으면 틀림없이 계약서가 있었을 것이니 그걸 내일 가지고 오라고 명령했다. 다음날 봉사는 계약서라며 하얀 백지 한 장을 판사에게 내밀었다.

"웬 백지냐?"고 판사가 화를 내자 봉사는 능청스럽게 "그게 계약서입니다. 논임자에게 돈을 지불하고 받은 계약서인데 백지라뇨? 아이고, 그러면 내가 앞을 못보니까 저놈이 논 계약서라고 하면서 백지를 준 모양입니다. 나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받아 두었다가 그대로 들고 왔을 뿐입니다."

판사가 들어보니 그것도 일리가 있는 듯 해서 결국 논은 봉사에게로 돌아갔다. 논임자는 졸지에 옥답을 빼앗기고 나니 병이 날 지경이었다. 친구는 삼년동안 농사를 지었는데 꼬박꼬박 소작료를 내었다. 봉사는 소작료로 장리(長利)를 놓았더니 삼년이 지나자 엄청 많은 돈으로 불었다.

삼년이 지나고 나서 봉사는 돈을 다 챙겨 논 임자를 찾아 갔다. 논 임자는 쳐다보기도 싫다며 만나주지도 않으려고 했다.

"나를 때려 죽여도 좋으니 한 번만 만나 주시오."

논 임자가 집안에는 한 발짝도 들어오지 못하게 했지만 그래도 억지로 들어갔다.

"내가 당신한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소. 내가 샀다는 그 논은 사실 안 산 게 맞소. 거짓말을 해서 미안하이. 그런데 내 친구 아무개가 그 논을 삼년만 부치면 사업할 밑천을 마련할 수 있다고 해서 그렇게 되었소. 나는 그 친구에게서 소작료를 받아 재주껏 돈을 불렸더니 이 돈으로 당신 논을 사고도 남을 만큼 많은 돈이 생겼소. 이제 그 논은 당신이 임자니까 이제 가져가시고 이 돈도 모두 당신한테 드리겠소. 내 친구는 삼년동안 농사를 지어 한 밑천 잡아서 좋고, 당신은 삼년동안 마음이야 아팠겠지만 이제 논도 찾고 돈도 가지게 됐으니 좋은 일 아니오. 이제 지난 일은 툭툭 털어 버리고 화해합시다."

논 임자가 생각하니 괘씸하기는 하지만 이제라도 논을 돌려주고 거기에 돈까지 주니 손해 본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두 사람은 화해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부터 사람들은 봉사하고 송사 붙으면 진다는 말이 퍼지기 시작했다.

정리 : 윤일광 詩人(자료 : 거제향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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