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치가들은 한문에 대한 조예가 깊다. 지난 한주만 하더라도 듣도 보도 못한 사자성어가 정치가들을 통해 회자되었다. 사자성어는 글자만 안다고 뜻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고 그 속에 담긴 고사(古事)를 모르면 의미를 알지 못한다.

'육참골단(肉斬骨斷)' '우산지목(牛山之木)' '이대도강(李代桃  )' 이런 어려운 말들을 어디서 용케 찾아냈는지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참 똑똑하다.

'육참골단'은 '자신의 살을 내어주면서 상대의 뼈를 자른다'는 말로 일본의 전설적인 사무라이 무사시가 쓴 오륜서(五輪書)에 나오는 말로, 승리를 위해서는 사소한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산지목'은 맹자(孟子)가 성선설을 설명할 때 든 예다. 우산은 본디 숲이 우거진 아름다운 산이었는데 사람들이 나무를 베어가면서 민둥산이 되었고, 풀조차 염소들이 뜯어 먹어 황폐해지고 말았다. 인간의 본성은 아름다운 우산과 같았지만 외부 환경에 의해 나빠졌다는 설명이다.

'이도대강'은 악부시집(樂府詩集)에 실린 계명(鷄鳴)이라는 시가 그 출처인데, '자두나무를 살리기 위해 복숭아나무가 대신하여 벌레들에게 갉혀 먹힌다'는 뜻이다. 927년 고려 왕건은 공산전투에서 견훤의 후백제군에게 포위되어 위험에 처했을 때 장군 신숭겸(申崇謙)이 "제가 대왕으로 변장하여 싸우는 동안 탈출하십시오" 라며 왕건과 옷을 바꾸어 입고 싸우다가 목숨을 잃는다. 자두나무(왕건)를 살리기 위해 복숭아나무(신숭겸)가 대신 희생한 본보기다. 바둑을 둘 때 '버리는 돌'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고수의 비법인 것과 같은 말이다.

이런 사자성어를 통해 하고 싶어 하는 말의 요체는 '희생 없이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쉽게 말하면 되지 왜 그렇게 어렵게 말하는지 모르겠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쉽게 쓰고, 말을 잘하는 사람은 쉽게 설명한다. 정치가 쉬워지려면 정치인들의 말부터 쉬워져야 한다.

화려한 말 정치는 잘난체하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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