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의 구비문학 41

옛날에 가난한 농부가 세 아들과 함께 살았다. 아이들이 커가자 농부는 걱정이었다. 뻔히 아는 살림에 자식들에게 줄 재산이 없으니 차라리 일찍부터 기술이라도 익히게 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농부는 자식들을 불러놓고 "너희들을 이제부터는 어디 가서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기술을 한 가지씩 배워오도록 하여라."

아버지의 말씀에 따라 삼형제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집을 떠났다. 한참을 가다가 세 갈래 길을 만났다. 큰형이 말하기를 "자, 여기서 각각 헤어지도록 하자. 그리고 삼년이 지난 오늘 이 시간에 이 자리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자."

그렇게 하여 삼형제는 각자의 길을 떠났다.

큰형이 길을 가는데 웬 사람이 다가와 기술을 배워보고 싶지 않느냐고 물었다. 무슨 기술이냐고 했더니 도둑질 하는 기술이라고 했다. 도둑질을 배웠다가는 명대로 살지 못하고 맞아 죽을지 모른다고 했더니, 도둑질도 잘만 배워 놓으면 좋은 데 쓸 수 있다고 하기에 큰형은 삼년동안 그 사람을 따라 다니면서 도둑기술을 배웠다.

둘째도 길을 가다가 낯선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은 포수였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맞추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특히 포수에게는 이 세상 어디라도 다 볼 수 있는 안경이 있었다. 둘째는 삼년동안 포수를 따라 다니며 총 쏘는 법을 익히고 나서 그 신기한 안경을 선물로 받았다.

막내도 형들과 헤어져 길을 걷고 있었는데 낯선 사람이 다가와 자기는 세상에 그 어떤 것도 깁지 못하는 것이 없는 재봉사라고 소개하면서 자기에게 기술을 배우라고 했다. 막내는 열심히 그 기술을 익혔다.

드디어 삼년이 지났다. 형제들은 다시 만나 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자식들을 보자말자 무슨 기술을 배워왔느냐고 물었다. 큰형은 도둑질, 둘째는 포수, 막내는 재봉사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너희들의 솜씨가 과연 어떠한지 봐야겠다며 큰형에게 나무 위 새집에 있는 알을 어미새 모르게 훔쳐오라고 했다.

큰형은 아주 쉽게 알 다섯 개를 훔쳐왔다. 아버지는 새알을 책상위에 아무렇게나 놓더니 총을 한 번만 쏴서 다 맞추라고 했다. 둘째는 그것쯤이야 하며 한 방에 다섯 개의 알을 깨뜨렸다. 다음으로 아버지는 막내에게 그 알을 모두 기워 본래 알처럼 만들라고 했다. 막내는 처음의 알과 똑같이 기워 새집에 뒀는데 며칠 후 그 알에서 새끼들이 부화됐다.

마침 그때 나라에서는 공주가 납치당해 난리가 났다. 임금은 방을 붙여 공주를 찾아오는 사람을 부마(駙馬 왕의 사위)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삼형제는 임금을 알현하고 공주를 찾아오겠다고 했다.

둘째가 안경으로 둘러보니 어느 섬의 용이 공주를 납치해 갔다. 형제는 배를 타고 섬으로 갔다. 큰형의 도둑기술로 용이 모르게 공주를 빼돌려 배에 돌아왔다. 공주가 사라진 것을 안 용이 풍파를 일으키며 쫓아왔다. 그때 둘째의 백발백중의 총 솜씨로 달려드는 용을 쏘아 죽여 버렸다.

용이 바다에 떨어지면서 몸부림을 치자 작은 배는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그러자 막내가 배의 조각들을 모아 끼워 맞추며 꿰매자 멀쩡한 배가 됐다. 형제는 공주를 태우고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임금이 공주를 데려오면 부마로 삼겠다고 약속했지만 형제가 모두 큰 공이 있으므로 누구를 부마로 삼을지 고민이었다.

누가 양보하면 좋겠지만 삼형제는 서로 부마가 되겠다고 고집을 피우자 왕은 하는 수 없이 이들 모두를 부마로 삼지 않고 돌려보냈다.

정리 : 윤일광 詩人ㆍ자료 : 거제향토문화사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