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는장례문화, 부족한인프라⑤]주민합의 이끌어낸 화장장 건립사업, 성공방법은

 

강릉 시립화장장, 전국 최초로 주민공모 형태로 추진…장묘시설 수립 위한 중장기 계획 수립
충주 하늘나라, 공무원 발품, 현지답사 후 후보지 선정…인근 주민과 대화 나서 끈질긴 설득
▲ 전국 최초로 주민공모 형태로 추진된 강릉시립화장장 조성사업이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솔향하늘길로 이름 붙여진 강릉시립 화장장은 6월 시험 운영을 거쳐 오는 7월1일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된다.

 

강릉시는 올해 안으로 사천체육공원 조성을 위한 도시계획변경 및 농업진흥구역 해제, 공유재산관리계획 승인 등의 절차를 마무리 짓고, 내년부터 부지매입에 나설 계획이다.

'솔향하늘길'로 이름 붙여진 강릉 시립화장장은 오는 7월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다. 사업비 124억원이 투입된 '솔향 하늘길'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에 무연무취의 최첨단 화장로 4기를 비롯해 유택동산과 카페테리아 등의 부속시설을 갖추고 있다. 사용료는 강릉시민 15만원, 관외자 70만원이며, 사천면민은 50%가 할인된다.

강릉시는 또 화장장 개장 후 화장 수요에 적극 대처하고, 친환경 장사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청솔공원 내 1435㎡ 면적에 1000구 규모의 자연장지를 조성키로 했다. 자연장지는 잔디 밑에 화장한 유골을 묻는 장사방법으로 최초 15년 사용하고, 매회 15년씩 2차례 연장이 가능해 최장 45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최초 15년 사용료 및 관리비는 13만8000원이다.

이와 함께 강릉시는 장묘문화 선진화와 안정적 장묘시설 수급을 위한 중장기 계획 수립을  위해 2030년까지를 시간 범위로 최근 용역을 발주했다. 용역을 위해 최근 실시된 장사방법 선호도 시민 설문조사에서는 지난 2013년 69.3%였던 화장률이 72,8%로 상승했고, 화장후 자연장(잔디장,수목장) 선호도도 39.4%로 높게 나타났다.

강릉시 경로복지과 김일우 담당은 "최근 강릉시 화장율이 70%대에 진입해 화장시설 이용자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그 동안 화장시설이 없어 많은 불편을 겪었던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덜어 드리게 됐다"고 말했다.

김 담당은 "화장시설이 유치되기까지 적극적으로 협조해 준 사천면민들에게 감사하다"면서 "시립화장장이 가동되면 매장과 화장·봉안과 자연장까지 원스톱 처리가 가능하고 지역 내 화장시설을 모두 충족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시민·환경단체 이해 위해 각종 문제 면밀히 분석

2006년 11월 문을 연 충북 충주시 충주 하늘나라는 충주시 목벌동 38-2번지 일원에 조성돼 있다. 화장장은 863평 규모로 화장로 4기를 갖추고 있고 지상 3층의 납골당은 3만6000기를 소화할 수 있다. 화장장과 납골당 신축공사에는 모두 188억8000만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화장장은 '하늘나라', 납골당은 '천상원'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충주 하늘나라는 화장장 이전 부지 선정이 주민과 별다른 마찰 없이 마무리돼 '님비현상'을 극복한 사례로 꼽힌다.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이후 대규모 화장장 건립이 확정된 것은 처음이어서 더욱 의미 있는 일로 받아들여졌다.

대표적인 혐오시설로 꼽히는 화장장 이전사업이 별 무리 없이 확정된 것은 후보지에 대한 철저한 사전조사와 끈질긴 주민설득 때문에 가능했다.

충주시는 화장장 이전계획을 수립한 1998년 수십 차례의 현지답사를 거쳐 인가가 적은 지역 내 20여곳을 이전 후보지로 선정한 뒤 주민과 접촉했고 반발이 덜 한 곳을 대상으로 후보지 선정작업에 착수했다. 특히 시민ㆍ환경단체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담당 공무원들은 배낭을 메고 산골을 누비며 산림파괴, 주변 환경오염 문제 등을 꼼꼼히 분석해 보고했다.

최종 후보지로 낙점된 목벌동 일대에서도 담당 공무원들은 "산골 오지도 허다한데 하필이면 우리 동네냐"며 반발하는 주민들을 일일이 방문해 화장장 이전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일대일 대화' 를 벌여 나갔다.

또 주민대표 4명에게 일본의 첨단화장장, 납골당 시설을 견학시키고 노후한 시설의 대구화장장과 최신식 시설을 갖춘 부산화장장을 방문, 비교 견학시켰다. 특히 신축 화장장 주변에 녹지공원을 조성, 시민 휴식공간으로 활용하고 주민들을 위해 지역개발 등 숙원사업을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약속에 주민들은 마음을 돌렸다.

 

 

의성 천제공원, 자연장 제도 활용 호응

경북 의성군은 급변하는 장례문화에 대응코자 화장시설을 현대화하고 자연장지를 조성해 운영, 주민들은 물론 인근지역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의성군은 의성읍 중리리 일대 총 45억원의 사업비로 23만2720㎡의 면적에 5000기 정도를 안치할 수 있는 규모로의 자연장지 '천제공원'을 2013년부터 개장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급변하는 화장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낡고 노후화된 화장장에 68억원을 투입해 최신 현대식으로 신축 운영하는 등 인근 지역은 물론 지역 이용객들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정부가 자연장 제도를 도입하면서 '천제공원'도 이용자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자연장은 화장한 유골의 골분(骨粉)을 수목·화초·잔디 등의 밑이나 주변에 묻어 장사하는 것이다. 개인, 가족, 종중·문중, 법인 자연장지로 구분해 신고·허가를 받아 조성할 수 있으며 자연장지는 사망자 및 연고자의 이름 등을 기록한 표지와 편의시설 외의 시설은 설치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의성군 시설관리사업소 공원관리계 김기석 주무관은 "자연장지 조성으로 화장 등 장사문화 개선에 도움을 줘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과 불법묘지 방지에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자연장의 정착 및 화장률 증가를 위해 적극적인 홍보에 매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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