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으로배우는거제역사]거제의 구비문학 40

노자산 호랑이가 슬슬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어디 가서 무얼 먹을까하고 생각하다가 마을로 내려왔다. 호랑이는 사람들 눈에 뜨지 않도록 어느 집의 마루 밑에 숨어 어둡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방안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어머니가 아무리 달래도 아이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맛있는 과자 줄게"

그래도 아이는 울음을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곶감 줄게"

그래도 그치지 않자 어머니는

 "울면 도깨비 온다"고 했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호랑이가 우는 아이 잡아먹으려고 바깥에 와 있단다."

그렇지. 호랑이가 얼마나 무서운데. 호랑이 소리를 들으면 아이의 울음이 그칠 거야 하고 호랑이는 생각했지만 아이는 조금도 무서워하기는 커녕 더 크게 울었다.

 "나를 무서워하지 않다니. 괘씸하게."

호랑이는 자기를 무서워하지 않는 아이가 괘씸했지만 언제쯤 그치나 하고 참고 기다려보기로 했다.

 "바깥에 니 잡아가려고 이비야가 왔다."

'이비야'가 왔다는 소리에 아이는 울음을 뚝 그쳤다. 호랑이는 도대체 이비야가 얼마나 무섭기에 울던 아이의 울음조차 그치게 하는지 호랑이도 이비야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얼른 도망가야지 하며 호랑이는 마루 밑에서 나와 슬금슬금 뒷걸음치며 마당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마침 그때 그 집에 소도둑이 소를 훔치려 들어오다가 뒷걸음질로 나오는 호랑이를 만났다. 호랑이를 본 소도둑은 오금이 저려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는데 뒷걸음질 하던 호랑이와 부딪쳤다. 소도둑은 생각지도 않게 호랑이 등으로 엎어졌다. 그리고 눈을 질끈 감고 호랑이 목덜미를 잡았다. 호랑이는 이비야가 붙었다고 생각하고 줄행랑을 쳤다.

 "이비야가 정말 무서운 놈이구나."

호랑이는 소도둑을 태우고 전속력으로 달리다보니 힘이 부쳐 쓰러져 죽었다. 소도둑은 소를 훔치려 왔다가 난데없이 호랑이를 잡아 횡재했다.

TIP. 이비야(耳鼻爺)

이비야 이야기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온 일본 승려 케이넨(慶念)이 1년 동안 목격한 전쟁 상황을 기록한 '조선일일기(朝鮮日日記)'에 나온다. '귀 이(耳)·코 비(鼻)·아비 또는 사내 야(爺)'로 '코 베어 가고 귀 떼어 가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당시 전쟁 때 왜군들은 싸우고 나면 전과를 인정받기 위해 군사의 코나 귀를 베어 소금에 절여서 상자에 담아 일본으로 가져갔다.
이들은 무려 12만 명의 조선인을 죽여서 증거물로 이비를 가져가서 교토 근처에 귀 무덤과 코 무덤을 만들기까지 했다. 처음에는 군인들의 귀나 코를 베어갔지만 나중에는 전공(戰功)을 부풀리기 위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닥치는 대로 양민들을 죽이고 귀와 코를 베어갔다.
 이때 생긴 말이 '이비야'다. 그 후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 순사를 '이비야'라고 불렀다. 일본 순사가 오면 '이비야가 잡으러 온다' 했는데 두려움의 존재 그 자체였다. '이비야, 어비야'는, '안돼. 위험해. 무서워'의 뜻으로 경상도 지방에서 두루 쓰였다. 거제도에서도 '이비야'는 널리 쓰였다. 어린이가 위험한 것을 집으려 할 때 '이비야, 어비야' 하며 어른들이 겁을 줬다.

정리 : 윤일광(詩人)  (자료 : 거제향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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