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랑 칼럼위원

▲ 조규랑 대우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평소 감기가 잦던 한 살 딸이 밤새 유난히도 보채었다며 무척 피곤한 얼굴표정의 보호자가 진료실로 들어와 상담을 한다.

기본적으로 심장소리와 호흡소리, 인후부위 진찰에 특별한 소견이 없는 것을 확인 후, 고막을 들여다보고는 지난 밤 아이의 보챔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며칠 전에 중이염을 진찰한 상황에 대한 내용이다. 조금 더 자세하게 중이염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물이 귀에 들어가는 것은 중이염과 상관이 없다.

오염된 물이 귀안에 들어가거나 습한 환경이 귀안에 지속될 경우는 외이도염이 훨씬 더 가능성이 있다. 중이염 발생을 쉽게 이해하려면 귀 안의 작은 공간인 중이강과 집(중이강)의 굴뚝처럼 환기 역할을 하는 길쭉한 이관(유스타키오관)과 투명한 창문 역할의 고막을 알아야 한다.

높은 산에 오르는 중 귀가 멍해지다가 갑자기 펑 뚫린 느낌을 가져본 사람이 많을텐데, 그 부위가 이관이다. 굴뚝처럼 이관이 기능을 잘 못하여 막히면 중이강이 막힌 공간이 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 공간에 염증물질이 쌓이게 된다.

밖에서 창문을 통해 집안을 들여다보듯 투명한 고막을 통해 고름(화농성)·진물(삼출성)을 확인하는 것이 중이염 진찰인 셈이다. 만약 중이강에 고름이 차고 넘쳐, 통증과 함께 심지어 고막을 터트릴 수도 있다. 그 고름이 귓바퀴에도 흘러 보이게 되는데, 이것을 의학용어로 '이루'라고 부른다.

결국, 내과적으로 볼 때 굴뚝인 이관이 잘 기능하게 하면 중이염에 걱정이 없다. 하지만 여러 요소가 방해를 한다.

첫 번째, 5살 미만인 소아들은 아직 이관의 발달이 덜되어 있고 미성숙하다. 미국의 경우이지만 2살 이전의 소아에서 70%가 한번 이상의 중이염을 경험한다고 보고됐다. 그래서 어느 정도 성장하고 자라야 중이염의 빈도가 낮아진다.

두 번째로 감기질환에 얼마나 자주 걸리냐가 중요한 요소이다. 세 번째로 알레르기 비염은 이관을 잘 막히게 한다. 그 외에  아데노이드 비대증·매연·흡연환경·공갈 젖꼭지·인원 수가 많은 단체 보육시설·모유수유를 하지 않는 아기·구개열·다운증후군·독감백신 미접종자(독감 소아환자의 2/3이 중이염을 겪는다) 등이 있다.

중이염을 앓는 아이는 다른 열성 질환보다 상대적으로 더 오랫동안 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화농성 감염 상태를 관리하기 위해 항생제를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흔하며, 중이염의 취약한 조건을 이해하고, 감기로 인해 이관의 기능이 떨어졌다면 효과적으로 정상화시키기 위해 감기약도 복용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는 특별한 치료없이 경과관찰만으로도 호전을 보일 수 있으니 정기적으로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청력소실의 가능성이 있는 지, 염증이 다른 곳으로 파급이 되었는지 상담해야 한다. 오랫동안 지속될 때는 환기 튜브라는 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상기 어린이는 진통제와 증상과 연령을 고려해 항생제처방을 통해 급성양상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화농성 양상은 남아있어서 간격을 두어가며 추가 진찰을 권했다. 또한 귀가 아플 경우 따뜻한 물에 적신 수건을 귀에 대면서 증상완화요법을 권하였다. 보호자의 말에 따르면, 진찰 후에는 다행히 덜 보채며 잔다고 하니 더 빨리 편안하고 조용한 밤을 보낼 수 있기를 지면으로 나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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