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민 칼럼위원

▲ 이용민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돈을 어떻게 적재적소에 쓸 것인가'라는 문제는 개인이나 가정 그리고 기업이나 국가기관을 망라해서 매우 중요한 가치와 기술을 동반하는 문제이다.

이 돈을 쓰는 방법으로 우리 경상남도가 시끄럽다. 홍준표 지사의 무상급식 중단으로 인해 애들 밥 문제가 굳이 미치지 않아도 될 이념적인 영역까지 넘나들며 그렇잖아도 사회통합이 되지않아 걱정인 우리 사회를 이전투구의 전장으로 만들고 있다.

홍준표 지사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홍 지사가 계속해서 말을 바꾸고 있다"거나 "무상급식을 전국적인 이슈로 만들어 정국의 주인공이 되려 한다"거나 "이 문제를 좌우 대결구도로 이끌어내 보수의 아이콘이 되려 한다"는 주장들은 굳이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더라도 무상급식 중단을 실시해 가는 과정에서 보여준 절차상의 문제나 광역지자체가 가지는 우월적 지위를 기초지자체에 거의 강압적으로 들이대는 부분은 우려스럽기 짝이 없어 보인다.

도백이란 자리가 다양한 테스크를 가진 자리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지만 돈이라는 것은 액수의 과다도 중요하지만 명분과 적재적소 그리고 건네는 방식에 따라 세상에서 제일 귀한 가치가 되기도 하고 때론 매우 천박하고 위험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

하루 빨리 밥 문제가 단순히 돈 문제의 영역에서 벗어나길 기대한다.

문화예술계에도 돈 문제는 늘 골치 아프고 해법을 찾기 쉽지 않은 이슈다. 특히 문화예술향유의 기회를 확대하고자 시행하는 각종 기금들의 배분과 관련해서는 늘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문화예술 관련한 기금은 재원조성 자체가 어려움이 많다. 정부 입장에서는 시급한 현안들에 밀려 늘 우선순위의 아래에 둘 수밖에 없다.

그래서 로또복권 수익금 같은 일종의 과외 예산으로 상당부분을 지원하고 있는데, 어쨌든 그 다음으로는 조성된 재원의 지원과 관련하여 어디에 어떻게 얼마를 지원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어떤 고민을 하더라도 배분처는 어느 정도 도식화될 수밖에 없는데, 주요 배분처를 크게 나누어 보자면 예술인과 공연장 그리고 관객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공연예술 중에서도 순수예술은 흥행 측면에서 취약점을 안고 있다는 태생적인 이유로 이른바 문화창달과 예술인 육성 및 창작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가장 많은 비중으로 지원되고 있는 대상이다.

다음으로 공연장은 예술인과 관객을 만나게 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부각되어 또 다른 지원이 뒤따르고 있고, 근래에 들어선 관객들에게 직접적으로 지원함으로써 관객개발을 이끌어 내는 방향으로 지원을 하는 새로운 배분방식이 각광을 받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각종 제도에는 늘 미비점이나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듯이, 예술가를 직접 지원하는 것은 창작활성화나 예술가 그룹의 사기앙양이라는 측면에서 꼭 필요하지만 간혹 특정예술인이 기금을 독점한다거나 심지어 부당한 로비가 만연하여 정작 보호되고 육성되어야 할 예술인이 원천적으로 참여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기도 한다.

공연장 지원의 경우, 공연장과 예술가 모두의 상생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상주단체 제도를 도입해서 지원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쉽게 얘기해서 서로 궁합이 맞는 공연장과 예술가를 매칭시켜 콘텐츠가 필요한 공연장에 상주예술단을 입주시키고 예술가에게는 작업공간을 만들어 주는 제도이다.

일견 좋은 제도처럼 보이지만 이 또한 현장시도가 세심하게 이뤄지기 어려워 지역의 기득권 공연단체의 몫이 되기 십상이다. 마지막으로 관객에게 직접 지원하는 방식의 예를 보면, 각종 문화바우처 제도가 대표적인데 매달 마지막 수요일 운영 중인 '문화의 날'에 티켓 할인이나 무료입장 같은 형태로 지원하고 있다.

정책을 입안할 때엔 많은 고뇌가 있었겠지만 현실을 보면 결국 돈의 배분과 관련해서 누가 더 절실할까라는 부분에 훨씬 디테일한 디자인이 되었으면 나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술가의 질적 수준은 그 숫자만큼 다양하다. 달리 보면 함량미달의 예술가들이 어쩌다 우연히 획득한 기득권으로 소위 돈을 독점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예술가에게 지원되는 돈은 매우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돈이 아니라 금새 독이 되는 것이다.

관객도 마찬가지다. 티켓을 직접적으로 지원해서 공짜표 같은 것이 만연해지면 10년이 지나도 스스로 티켓을 구입해서 공연을 보는 문화체력은 길러지지 않을 것이다.

돈 문제는 결국 사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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