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민 칼럼위원

▲ 이용민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산수유 매화 튤립 벚꽃 진달래 장미 코스모스 국화. 많은 지자체에서 계절마다 축제로 꾸며내고 있는 꽃나무들이다. 봄기운이 완연해지며 망울이 맺히더니 이젠 지천에 꽃대궐을 이루기 직전의 설레임이 작은 긴장감마저 들게 한다.

김연아가 안타깝게도 은메달에 머물렀던 러시아의 소치에서 멀지 않은 곳에 그루지아(영어식으로는 조지아)라는 나라가 있는데 우리나라와는 그다지 교류가 활발하지 않은 국가다. 2008년 러시아와 국지전이 벌어지고 있을 즈음 그루지아의 수도 트빌리시를 방문한 적이 있다.

아시아와 유럽 사이에 있으면서 중동국가와도 또다른 독특한 생활양식과 외모를 갖추고 있는 그루지아는 정치적으로 불안하고 소득수준이 매우 낮아 명색이 수도임에도 트빌리시는 회색빛 도시였다. 도시재건이 안되어 곳곳이 폐허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인상 깊었던 것은 몇 걸음만 옮겨도 만나게 되는 꽃가게였다.

거리에서도 껌팔이처럼 한 송이 꽃을 들고 "꽃 사세요"를 외치는 꽃팔이 소녀들이 풍경처럼 아름다웠던 기억이 난다. 꽃이 장식이 아닌 주인공처럼 대접받는 모습이 낮설기도 했지만 퍽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세계 각국을 둘러보면 꽃을 소재로 한 축제가 즐비하다. 풍차의 나라 네덜란드에는 약 9만평에 달하는 큐켄호프공원에서 펼쳐지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꽃축제가 열린다. 큐켄호프에서 꽃이 피기 시작하면 유럽에 봄이 찾아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형형색색의 튤립과 백합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불가리아는 전 세계 생산량의 80%에 육박할 만큼 장미생산 대국이다. 카잔루크의 장미 계곡에서는 장미유 추출을 위해 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에 이슬 맺힌 장미를 수확하는데, 이 시기에 대대적인 장미 축제가 열린다. 전 세계의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채취과정을 체험하는 행사들을 가지고 있는데 여기서 생산되는 장미향수는 불가리아 대통령이 직접 홍보를 할 정도로 유명하다.

매년 5월이면 캐나다 수도 오타와도 원색 튤립이 물결처럼 넘실댄다. 오타와가 '북미의 튤립 수도'로 불리게 된 것은 튤립의 나라 네덜란드와 연관이 깊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네덜란드가 독일에 점령되자 왕족이 캐나다로 몸을 피했는데, 이후 독립한 네덜란드가 캐나다로 매년 1만 송이 튤립을 보낸 것이 시작이다.

이후 캐나다에서 튤립은 우애와 화합을 상징하는 꽃이 됐다. 그래서 캐내디언 튤립 페스티벌은 튤립에 담긴 과거를 기억하고 의미를 나누려는 취지에서 시작된 축제다. 해를 거듭할수록 꽃이 늘어나면서 지금은 튤립 본고장 네덜란드까지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큰 튤립 축제가 되었다.

18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첼시 플라워쇼'는 영국과 유럽 최대의 정원 및 원예박람회이다. 영국 런던 첼시지역에서 해마다 열리는데, 1913년부터는 첼시에 있는 왕립병원 정원으로 장소가 고정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가끔 볼 수 있는 정원박람회 스타일의 원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세계 각국의 원예 산업의 동향과 다양한 품종의 꽃, 나무를 접할 수 있어 전문가는 물론 가족 나들이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특히 그랜드 플로럴 파빌리온에서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꽃들을 비롯한 수천 종의 진귀한 꽃을 선보이며 학술적인 의미까지 더하는 축제이다.

잘 알다시피 일본의 봄은 벚꽃으로 대표된다. 일본인들의 꽃놀이(하나미)는 헤이안 시대부터 궁정에서 즐긴 귀족 놀이로 알려져 있는데, 가마쿠라시대 이후에는 무사 집안에서도 유행했다고 한다.

이런 벚꽃놀이가 일반 서민들이 벚꽃 흐드러진 노천에서 먹고, 마시고, 춤추고, 노래하는 지금의 벚꽃 축제 형식으로 정착된 것은 에도시대부터이다.

벚꽃 축제의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는 코즈구 신사의 벚꽃 축제는 매년 3월말에서 4월 초에 오사카에서 열리는데 벚꽃 나무에는 초롱이 점등되고 신사 내에서는 일본 전통 공연이 펼쳐져 다도를 통해 녹차와 전통과자를 음미하는 형태다.

곧 만개할 벚꽃을 두고 우리도 전국의 각 지자체마다 벚꽃축제를 열고 있다. 벚꽃이 일본을 대표하는 꽃이라 하여 이런 현상에 대해 못마땅해 하는 여론도 비등하다.

우리 지역에도 휴식년 중이긴 하지만 대금산 진달래축제가 있다. 바다와 어우러지는 천혜의 비경 속, 키 큰 진달래터널과 군락은 대단한 경쟁력을 가진 자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동남부 해안도로에 핀 수국이나 둔덕 청마들꽃들도 분명 거제를 훨씬 매력적인 곳으로 유혹함이 틀림없다. 꽃마중을 나가는 마음이 싱그럽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