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을 부과하는 방법 가운데 가장 원시적이면서 손쉽게 거둘 수 있는 세금이 인두세다. 곧, 성(性)이나 신분, 또는 소득에 관계없이 성인이 된 사람의 머리수에 따라 거두게 되니 이처럼 편리한 세금이 없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세금의 기본원칙은 부자에게는 많이 거두고 가난한 자에게는 적게 거두는 것인데, 인두세는 사람 머리수에 따라 일률적으로 부과하게 되니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월급이 많은 회사사장이나 쥐꼬리만 한 봉급을 받는 직원이나 똑같이 내야하니 불합리하기 그지없다.

조선시대 16세부터 60세까지 남자에게 군역을 치루지 않는 대신 1년에 1필의 군포(軍布)를 바치면 군역이 면제되었다. 농민들은 군에 가는 대신 열심히 농사를 지어 군포를 바치는 것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조선후기 임란을 거치고 나서 양반의 수가 급증했고, 군포를 내지 않기 위해 도망가는 농민들이 많아지면서 군포가 감소했다.

지방의 수령들 중에는 죽은 사람도 살아 있는 것처럼 대장에 올려 군포를 받는 백골징포(白骨徵布), 갓난아기에게도 군포를 징수하는 황구첨정(黃口簽丁), 만약에 군포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면 가족에게 대신 물리는 족징(族徵), 마을에 같이 산다는 이유로 이웃사람에게 대신 내게 하는 인징(隣徵)과 같은 만행이 저질러졌다.

역사적으로 인두세는 많은 조세저항을 불러왔다. 인도의 간디가 일으킨 비폭력 불복종 운동의 요구사항 중에는 인두세의 폐지가 들어 있고, 1380년 영국은 백년전쟁의 전비마련을 위해 부과했던 인두세는 와트 타일러가 이끈 사상 최대의 농민반란의 원인이 된다. 현대에 와서도 영국의 마거릿 대처 수상이 인두세를 도입했다가 엄청난 반발을 불러와 결국 대처 퇴진의 한 원인이 되었다.

아직도 대한민국에는 인두세의 성격을 가진 세금이 부과되고 있는데 바로 주민세다. 담뱃값, 자동차세 인상과 함께 현재 평균 4,620원인 주민세를 2년에 걸쳐 1만 원 이상으로 올리려던 계획이 '서민증세' 여론에 화들짝 놀라 주춤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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