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민 칼럼위원

▲ 이용민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테바이 왕 라이오스는 새로 태어나는 아들이 장성하면 그 아이 때문에 생명과 왕위가 위기에 처해질 것이라는 신의 고지를 받았다.

그래서 왕은 아들이 태어나자마자 어느 양치기에게 맡기고는 알아서 처치해 버리라고 명했다. 하지만 양치기는 가엾고 두려운 마음으로 갈등하다 아이의 다리를 나뭇가지에 묶어 매달아 뒀는데, 아이는 이런 상태로 지나가던 농부에게 발견됐고 농부는 그의 주인 부부에게 아이를 데려갔다. 주인은 발이 통통 부은 아이를 양자로 삼고 '부은발'이라는 뜻의 '오이디푸스'라 이름 지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라이오스는 시종 한 명만을 데리고 마차를 타고 델포이로 가던 중 좁은 길에서 마차를 타고 마주 오는 젊은이 한 명을 만났다. 젊은이가 길을 비키라는 왕명을 거절하자 시종은 젊은이의 말 한 마리를 죽였다. 이에 격분한 젊은이는 라이오스 왕과 그 시종을 죽였는데, 이 젊은이가 바로 오이디푸스였다. 결국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죽인 아들이 된 것이었다.

이 일이 있은 후 테바이는 스핑크스라는 괴물의 횡포에 시달리게 됐는데 이 괴물은 사자의 몸과 여자의 얼굴을 하고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수수께끼를 내고 맞추지 못하면 죽여 버리는 것이었다. 물론 수수께끼를 제대로 푸는 사람이 없었으니 스핑크스를 만나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런 공포 속에 오이디푸스는 용맹스럽게 스핑크스를 만나러 갔다.

"아침에는 네 발, 낮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 동물이 무슨 동물이냐?"고 스핑크스가 묻자 오이디푸스는 "인간이지. 갓난아기 때는 두 손, 두 무릎으로 기니 네 발이요, 자라면 서서 다니니 두 발이요, 늙으면 지팡이를 짚고 다니니 세 발이지"라고 대답했다.

스핑크스는 오이디푸스의 지혜로운 대답에 패배를 인정하고 바위 위에서 몸을 던져 죽었다. 테바이인들은 크게 기뻐하며 오이디푸스를 왕으로 옹립하고 선왕비 이오카스테와 짝을 맺게 했다. 이로써 오이디푸스는 영문도 모른 채 제 아비를 살해한 자식, 제 어미의 남편 노릇을 하는 자식이 되고 말았다.

이 엄청난 사실은 얼마 후 테바이에 전염병과 기근이 돌면서 그 원인이 오이디푸스왕의 두 가지 죄에서 기인한다고 소문이 나면서 알려지게 됐다. 이에 이오카스테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오이디푸스는 미친 듯이 자기 눈알을 뽑고는 테바이를 떠나 방랑길에 올랐다.

이상의 이야기는 다들 잘 아시다시피 소포클래스의 '오이디푸스왕'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오늘날에 와서도 존속살인이나 근친상간류의 엽기적인 범죄가 발생하게 되면 한 번씩 언급되는 이야기이다.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인 프로이트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용어를 통해 아버지를 적대시하고 어머니에게 호의 또는 집착하는 아들의 심리상태를 표현하기도 했다.

1959년 독일작가 귄터 그라스에 의해 소설로 만들어져 199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고 1979년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에 의해 영화화돼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바 있는 '양철북'에는 나치즘을 비롯한 작가의 사회적 이슈에 대한 상징이 다양하게 녹아 있지만 작품 첫 장면부터 큰 폭치마에 대한 주인공 오스카의 집착으로 오이디푸스 콤플랙스가 발현됨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오이디푸스는 시대를 관통하며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는데 4월2일부터 3일간 통영국제음악제 기간에 무대에 올려지는 오페라 '그리스인'도 바로 이 오이디푸스 이야기를 현대의 런던으로 공간을 옮겨 새롭게 구성한 것이다.

작품성과 대중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평가되는 작곡가 마크앤서니 터니지가 곡을 쓰고 영국의 '웨일즈 뮤직 시어터'의 마이클 매카시가 제작을 총괄한 오페라 '그리스인'은 스트라빈스키·브리튼·너센·안드리센의 고상하고 격조 높은, 이제는 고전이 되어가는 선율이 도도히 흐르고 재즈풍의 현 시대가 덧 입혀지는, 시대를 아우르는 음악적 표현들이 감동의 공간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 기대된다.

오페라의 특성상 언어를 도외시 할 수 없지만 원어 그대로 표현되는 과격하고 격정적인 표현들은 날 것 그대로 언어권을 뛰어 넘는 새로운 메시지를 던져주리라 생각한다.

고전이 왜 고전인지 확인해 보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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