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 류시화 作

▲ 최차용(상문동)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혼자 있으면
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 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20대의 열정이 펼쳐지던 시절에 우연히 접하게 됐던 시가 있었다. 시가 무엇인지 잘 몰랐고 어떤 시가 좋은 지 구분하지 못했지만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은 읽을 때마다 잔잔한 파동을 일으켰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떨어져 있으면 안 되는, 함께 붙어다녀야 하는 그런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구나라는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어떤 사랑을 해야 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행동하고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나는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살고 있는가? 소외되고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나눠주며 살아가고 있는가? 너무나 바쁘게 살아왔기 때문에 그럴 여유가 없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이 시에서는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우리는 항상 충분한 시간 속에서 여러가지의 이유로 사람을 제대로 사랑하지 않는다. 지나쳐 버리고 무관심하게 대하고 모른척하는 모습을 자기 합리화로 당연시해버린다. 그런 우리들의 현재 모습에 시인은 말하고 있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우리는 충분한 시간들 속에서 충분하지 못한 마음을 가지고 이 삶을 사랑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늘도 이 시는 나의 마음속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며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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