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운면 지세포 김정완 할머니

'산 너머/ 그대 하늘멀리/ 안개 깊은 골짜기/ 바라만 보아도/ 육현의 푸른 몸 속/ 수줍음 방울방울 매달은/ 초롱꽃 이슬이/ 마음 접고 들어오라/ 그냥 들어오라/ 내게 눈으로 말하네'

일운면 지세포 행복의 집에 사는 팔순의 김정완 여류시인의 2005년 작 '행복의 집'이다. 1932년 거제에서 태어난 김 시인의 시적감각은 공직생활을 했던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유년기 밀양군청에서 근무했던 아버지는 아침마다 자전거에 어린동생과 자신을 태우고 밀양 남천강변 영남루를 돌아본 뒤 출근을 했다. 그 당시 따뜻한 아버지의 등과 밀양풍경의 기억은 지금도 그녀의 눈가를 적실만큼 강하게 존재했다.

일제강점기 김 시인은 초등학교 3년은 만주 연길과 4학년부터 6학년까지는 간도성 내 안도현에서 보냈다. 이때 역시 중국의 색다른 풍경이 김 시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김 시인은 해방이 되자 고향 거제로 다시 돌아왔으며 1948년 당시 사등초등학교 양재식 교장의 부탁으로 1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하지만 더 많은 배움이 필요하다고 판단, 이듬해 마산여자기술고등학교 진학해 3년 동안 수학했으며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11월 21살의 나이에 결혼을 했다.

격동의 시대를 지나며 1남4녀, 5남매를 키우고 사랑하는 남편을 떠나보내기까지 4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김 시인의 머릿속에는 문학이 자리잡고 있었고 TV뉴스를 통해 '평생교육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1993년 상경해 한양대학교 사회교육원 국문학과에 등록했다. 일제강점기·한국전쟁 등 너무나 먼 길을 돌아 61세 할머니가 되고서야 꼭 해보고 싶었던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김 시인은 "일생을 나 아닌 이들을 위해 살다가, 나를 위해 살았던 시간이었다. 날개를 단 듯 기뻤고 너무나도 열심히 공부했다"고 당시를 회고한다.

한양대학교에서 한강 불빛을 바라볼 때면 자신의 인생의 지향점과 같았고 '왕언니'로 통하며 젊은이들과 노래방·MT도 다닌 일생일대의 즐거운 시간이었다.

1년 교양, 2년 심화과정 그리고 1년을 더 공부했으며 이 과정에서 일반인들이 하는 수필공부도 했다. 그렇게 학사과정을 이수했다. 김 시인의 인생 2막은 1996년 8월 조선문학에 '여름들녘' 등 5편으로 등단하면서 시작됐다.

그해 12월1일 처녀시집 '남녘 끝의 햇살'을 출간하고 출판기념회를 가지면서 자신의 인생이 새로 태어났다는 것을 느꼈다. 등단 이후 김 시인은 거제문인협회에 가입하고 2000년 협회장을 2년간 역임하기도 했으며 그해 제2집 거제도를 발간했다.

또 김 시인은 2005년 제3집 어느 별의 눈짓, 2007년 제4집 둥근 내면의 빛여울, 2013년 제5집 바다 비취빛에 물들다를 출간했다.

시란 살아가는 동반자라고 말하는 김 시인은 "시가 없었으면 허무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시를 완성하면 희열이 생긴다"며 "나의 시세계는 초월세계"라고 말한다. 김 시인은 거제시민들에게 "나이는 숫자이다. 언제까지라도 공부를 하면서 자기능력을 계발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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