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 신경숙 作

▲ 정선영(37·능포동)
우리는 항상 소중한 것들을 너무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잊고 살아간다. 이 책은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하지만 소중한 그 이름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게끔 해줬다.

시작은 덤덤했다. 당신의 자식들이 바쁘다며 아버지와 함께 시골에서 서울로 오는 와중에 지하철역에서 실종 되어버린 엄마.

그리고 그녀가 실종된 지 일주일째 말투는 지극히 덤덤했지만 그 속에 담긴 가족들이 감정은 그렇지 못했다. 믿기지 않음·후회·자책 그리고 서로에 대한 원망 등 여러 가지 어린 감정이 뒤섞여 나오고, 하나둘씩 터져 나오는 엄마에 대한 기억 그리고 생소함들.

기억 저편에 가라앉아 있던 그녀에 대한 추억들과 어쩐지 없을 것만 같던 그녀의 어린 시절까지 그녀의 실종이라는 계기로 떠올려지고 일깨워지는 엄마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

이 책을 읽으며 나 또한 그녀의 존재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자책감에 마음이 안 좋았다. 이렇게 사라져 버릴 수도 있는 사람인데, 떠나 버릴 수도 있는 사람인데, 단지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소홀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곧 끝내 눈물까지 났다.

당연하게만 받아 들였던 그녀의 애정들과 희생들에 무지하고 둔했던 내 자신에, 우울했든 행복했든 지금까지 내 인생을 있게 한 사람도 바로 그녀인데 정작 내 앞길, 내 미래만을 생각해 그녀의 인생을 한 번도 생각해보지도 신경써보지도 않은 내 자신에 실망도 했다.

명절날 내려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선물도 드리고, 자주는 아니어도 꼬박 꼬박 내려가 얼굴을 보여드렸기에 이만하면 꽤 신경을 많이 썼다고 무의식중에 스스로 판단했던 나는, 과연 그녀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었을까.

이 책을 읽고 난 후 마음이 뒤숭숭해져버린 지금, 수없이 불렀지만 어쩐지 또 한 번 불러보고 싶다는 핑계로 전화기를 들어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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