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건 칼럼위원

▲ 조용건 거제백병원 이비인후과 과장
아이가 감기에 걸려서 병원을 찾게 되면 가끔 "중이염이 왔습니다", "중이염으로 왼쪽 귀를 살짝 못 듣고 있는 상태입니다"라는 등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러면 우리 어머니들은 화들짝 놀라게 되지요.

"귀를 못 듣고 있다니요?"

하지만 크게 염려할 일은 아닙니다. 고막의 안쪽 중이(中耳·가운뎃귀)에 염증이 생겼다는 이야기이니까요. 바로 흔히 들어오던 '삼출성 중이염'이라는 것입니다.

고막의 바깥을 내이(外耳·바깥귀·귓구멍과 귓바퀴)라고 부르고 고막의 안쪽을 중이(中耳)라고 부르는데 이 중이(中耳)는 이관(耳管)이라는 것을 통해 목구멍(코의 뒷편 비인강)과 연결돼 있습니다.

아이가 상기도 감염(감기·인두염·편도염·비염·부비동염 등)을 앓게 되면 쉽게 이 이관(耳管)도 같이 염증을 앓게 되고 그 염증이 중이(中耳)에까지 미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삼출성 중이염'이지요. 고막이 뚫려 있으면서 염증이 반복되는 어른들에게 흔한 '만성 화농성 중이염'과는 같은 중이(中耳)의 염증이지만 조금 다른 것입니다.

아이들의 '삼출성 중이염'은 고막이 뚫리게 되지 않습니다. 물론 '삼출성 중이염'의 초기에도 급성 화농성염증으로 중이(中耳)에 생긴 고름의 압력이 높아지면 통증이 심하다가 고막이 (잠깐)터지면서 귓구멍으로 고름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삼출성 중이염'에서는 이렇게 뚫린 고막이 금방 아물어 붙습니다. 한마디로 '삼출성 중이염'은 고막이 뚫려 있지 않은 중이(中耳)의 염증인 것입니다. 이 '삼출성 중이염'은 일정기간 항생제 등을 투여하면 잘 낫는 병이니 걱정할 일이 아니지요.

물론 더러는 약물치료로 낫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만성 점액성 중이염'으로 된 경우가 그것입니다. '점액'이라는 말 그대로, 고막 안쪽 중이강에 아교를 물에 풀어 놓은 듯이 끈끈한 점액이 차서 약물치료에 반응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 경우에는 '중이환기관 유치술', 즉 고막을 살짝 절개하고 그 '점액'을 빨아내고 고막에 중이환기관(흔히 장구통 튜브)을 끼워두는 것으로 완치가 가능합니다.

예전의 미국 통계에 따르면 전체 소아의 96%는 최소한 3세까지 한 번 이상 중이염에 이환된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소아의 중이염은 '귀의 감기'인 셈입니다.

하지만 유소아 때에 흔한 중이염이 적절히 치료되지 않고 만성화되는 경우, 환아는 난청으로 인해 언어의 습득과 발달에 장애를 겪을 수 있기 때문에 난청의 예방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소리는 귓구멍을 통해 들어와서 고막에 진동으로 전달되고, 고막 안쪽에 붙은 이소골들을 통해 두개저골 뼈속 속귀(內耳)에 위치한 청각기관인 달팽이관으로 전달됩니다.

여기 달팽이관에서 소리에너지가 전기적 신호로 바뀌어 청신경을 통해 뇌로 전해지구요. 태어날 때 청각은 시각보다는 훨씬 더 발달돼 있는데 신생아는 이미 자궁 내에서 적어도 태어나기 직전 3개월 동안 많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아기들의 청각조차도 성인 수준으로 발달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요. 출생 후 양수가 제거되면 중이에서도 잔류물(debris)이 없어지지만 이때의 신생아 청력은 갑작스럽거나 예리한 소리에 반응을 보이는 정도이고 이후로 점차 예민해진다고 합니다.

이어서 4~6개월이 되면 소리가 나는 방향을 알아챌 수 있으며 낯익은 목소리를 구별할 줄 알고 음악을 들으면 좋아하게 된다고 합니다. 즉 청력은 태어난 이후로도 계속 발달과정에 있는 것인데 청취기구(마이크로폰)로서의 물리적 기능은 이미 완성돼 있지만, 신경과학적 회로가 만들어지고 성숙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단순히 '소리듣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복잡한 기억-언어습득-논리형성 등의 두뇌활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복잡한 이야기입니다만 한마디로 줄인다면 소리를 남들만큼 못 듣고 자라면 학습장애가 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아이 청력은 안녕하신지 안부를 물을 만하지 않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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