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현욱 칼럼위원

▲ 나현욱 동아대병원 뇌혈관센터 교수
치매는 수십 가지의 다양한 원인 질환에 의해 발생하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로, 전체 치매의 97% 이상이 이 두 가지 치매 중 하나로 분류된다. 알츠하이머병이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이며 혈관성 치매는 치매의 원인 중 2위에 해당한다.

알츠하이머병은 대표적인 퇴행성 치매로 유전적, 환경적 위험인자에 의해 발생하고 발병하면 아직은 완치가 불가능하다.

그에 비해서 혈관성 치매는 뇌졸중 등의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뇌 손상이 원인이 돼 발생하는데 뇌혈관질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면 예방이 가능하고 발병 후에도 진행의 억제가 가능하다는 데 의의가 있다.

초기 기억력 저하가 주된 증상인 알츠하이머병과 달리 혈관성 치매의 증상은 뇌의 손상 부위에 따라 다양한데 대표적인 특징은 수행능력의 장애이다. 이는 이전에 하던 일을 잘 하지 못하거나 하더라도 수행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을 말한다.

또한 뇌의 손상 위치에 따라 발음장애·실어증·한 쪽 팔다리의 마비·시야장애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알츠하이머병보다는 기억장애는 경한 편이다.

동아대병원을 포함한 국내 12개 대학병원에서 뇌졸중 환자들을 대상으로 뇌졸중 발생 3개월 후에 기억력·판단력·수행능력 등의 자세한 인지기능검사를 실시한 결과 총 62.6%의 환자에서 인지기능의 저하가 나타났다. 그 중 대부분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도인지장애를 보였으나 12.7%에서는 혈관성 치매에 해당하는 뚜렷한 인지기능 저하가 나타났다.

자세히 살펴보면 뇌졸중 후 혈관성 치매의 발생률은 첫 번째 뇌졸중인 경우 10.8%인데 비해 두 번째 뇌졸중인 경우 21.5%로 높아졌다. 뇌졸중이 재발하면서 뇌 손상이 누적되어 치매가 발병할 확률도 높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혈관성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뇌졸중의 위험인자를 잘 조절해 뇌졸중이 생기기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으며, 뇌졸중이 이미 발생한 경우에는 재발되지 않도록 더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뇌졸중의 위험인자들은 고혈압·흡연·당뇨병·고지혈증(고콜레스테롤혈증)·심장병·비만·신체활동저하·음주 등이며 구체적인 실천방안들은 다음과 같다.

△평소 정기적으로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심장질환 등에 대한 건강검진을 받고 이러한 위험인자가 있다면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는다 △흡연은 뇌경색·심근경색 등 모든 혈관질환의 주요한 위험인자이므로 반드시 금연한다 △비만은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대사증후군 등의 원인이 되므로 적절한 체중을 유지한다 △규칙적으로 걷기·등산·자전거·수영 등의 유산소 운동을 한다 △독서나 외국어 공부 등으로 뇌기능을 훈련시킬 수 있는 노력을 꾸준히 유지한다 △술은 한두 잔 이하로 절제한다.

최근에는 알츠하이머병의 상당수가 혈관성 치매와 혼재된 복합 치매라고 알려지고, 혈관성 신경병리가 알츠하이머병의 신경퇴행에도 관여한다고 밝혀지고 있다.

위의 위험인자들을 잘 관리하는 것이 혈관성 치매의 예방 및 악화방지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병의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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