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촌의 보편적이면서 대표적인 놀이인 농악은 한마디로 종합예술의 결정판이다.

사물(四物)이라 일컫는 풍물 중에 주요리듬은 꽹과리와 장구가, 단순리듬은 북과 징이 맞춘다. 여기에 가락은 호적(胡笛) 또는 날라리라 부르는 태평소가 담당한다. 이런 음악적 요소를 기본으로, 놀이패들이 우쭐거리며 추는 춤동작이나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상모돌리기와 흥겨운 소고춤은 무용적 요소이며, 탈을 쓰거나 특별한 옷차림을 한 양반, 포수 등 잡색꾼들이 빚어내는 몸짓의 발림과 걸쭉하게 엮어내는 사설에는 연극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 그 외도 무동놀이나 버나돌리기와 같은 기예가 첨가되고, 구경꾼들이 넣는 추임새 또한 연기자와 관객이 하나가 되어 신명나는 놀이판을 만들어 낸다.

농악의 유래는 다양하다. 첫째는 글자 그대로 농사의 음악으로 농가의 평안과 풍농을 기원하는 주술력과 함께 두레중심의 농사일을 독려하던 데서 찾을 수 있다. 둘째는 농악패의 움직임이 군대의 진법(陳法)과 흡사하고, 깃발은 군대의 영기(令旗)를, 모자는 군인이 쓰는 전립(戰笠)을, 날라리는 진군나발이라는 점에서 유사시 군대화할 수 있는 군악(軍樂)의 변형으로 보고 있다.

셋째는 소고는 본래 절에서 쓰던 법고(法鼓)에서 온 말로 경상도에서는 농악을 '버꾸 친다'고 한다. 절을 짓거나 중수할 때 중들이 고깔을 쓰고 법고를 치며 민가에 내려가 시주를 걸립하던 데서 유래를 찾기도 한다.

넷째는 오방색의 띠와 색동의 화려한 의상 때문에 무당굿과 연관을 지을 수 있다. 지금도 굿을 할 때 꽹과리와 징 등의 풍물을 사용한다. 다섯 번째는 민간신앙설이다. 신(神)은 선신(善神)과 악신(惡神)이 있는데, 선신에게는 백주술(白呪術)로 신을 달래게 되는데 정초에 집집마다 돌려 지신밟기나 액막이굿, 안택에서 마을의 대동제까지 샤머니즘(원시종교)의 흔적이 엿보인다.

즐거운 일에는 늘 함께했던 농악은 우리에게는 신명의 상징이었다. 이 농악이 지난해 11월 27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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