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민 칼럼위원

▲ 이용민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 자리를 두고 전국적으로 공모를 통해 전형절차를 진행 중이라 한다. 어떤 조직이든 관리자의 가치나 능력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공연장의 경우에는 특히 다중적인 기능이 요구되는 자리이니만큼 전형절차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공연장은 기본적으로 예술가와 관객이 만나는 공간이다. 예술가들이란 대부분 까다롭다. 자기세계 외엔 관심이 없다. 만약 여기저기 관심을 가진다면 예술가가 되기 어려울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자기행위 이외의 일들을 소위 기획사라는 곳과 계약을 맺어 맡긴다.

기획사는 기본적으로 이윤을 창출해야하는 회사이다. 다시 말해서 공연장은 복잡하기 그지없는 예술가와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 혈안이 되어 있는 공연공급자들과의 수싸움으로부터 시작된다.

물론 그 이전 단계에서 갖추어야 될 덕목이 있다. 공연물을 보는 눈이 그것이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공연물들이 공연장의 선택을 받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그들의 수준은 천차만별이고 설령 높은 수준의 공연물이라 하더라도 우리 공연장과 궁합이 맞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공연예술의 종류도 다양하다. 음악·무용·연극·뮤지컬·오페라·대중예술·전통예술 등 이루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이런 다양한 장르의 공연예술을 조화롭게 안배하는 것도 공연장의 중요한 역할이다. 자칫 편향된 기획을 했을 경우에 특정 장르의 애호가들이 소외 받기 때문이다.

또 드물게는 예술가 출신의 공연장 관리자가 자기 전공에 대한 애정이 지나쳐 본인의 인적 네트워크를 지나치게 활용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런 운영방식이야말로 최악의 경우라 할 수 있다.

모든 과정이 원만하게 진행되었다 해도 공연물을 예술소비자에게 소개하고 티켓을 구매하거나 초청하여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일은 또 다른 도전이다.

세상 모든 일이 흥행과 관련되지 않는 경우가 어디 있을까만 공연예술처럼 1차적인 욕구단계가 아닌 경우 적지 않은 가격의 관람권을 사기 위해 지갑을 열게 하기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애써서 좋은 공연물을 많은 비용까지 들여서 무대에 올리는데 예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객석이 텅텅 비게 되면 난감하기 짝이 없는 일이 된다.

연주자 보기도 민망하고 예산을 투입하는 지자체나 행정기관 눈치도 보일테다. 의회같은 기관에서 운영부실에 대해 질타가 이어질까 전전긍긍해야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초대권을 남발할 수도 없다. 이미 표를 구매한 분들 눈치도 보이고 장기적으로는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이나 후원업체와의 관계를 통해 객석점유율을 높이고 예산에 도움도 받는 방법을 모색한다.

공연예술의 3요소로 예술가와 공연장 그리고 관객을 꼽는데, 관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 해야 할 일도 산적하다. 홈페이지나 전화 등을 통한 친절하고 전문성 있는 고객응대는 기본이고 시민이나 고객의 예술적 성장을 돕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의 개발과 운영도 섬세하게 병행되어야 할 프로그램들이다. 공연 당일 공연시설에서의 고객관리는 쾌적성과 안정성을 기반으로 감성지수를 최대한 끌어 올릴 수 있는 시스템이 완비되어 있어야 한다.

공연장은 영화관과 달리 무대나 객석 모두에게서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무대에 선 공연자의 경우 객석에 있는 관객들의 작은 행위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공연장 환경이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거나 준비가 덜 되어 있어서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공연을 하게 될 경우 그 정도가 더 심해질 것이다. 그래서 공연장에는 뭘 하지 말라는 통제가 그 어느 곳보다 심하다.

하지만 관객의 입장에선 비싼 대가를 치르고 대접 받고자 온 곳에서 '음료수도 못 먹는다' '폰도 꺼라' '어린이는 동반입장 못한다' '박수는 함부로 치지 마라' '공연 시작 후엔 입장이 안된다' 등의 통제가 불쾌할 수 있다. 어쩌면 관람객의 맥박수 관리까지도 한다는 각오가 아니면 성공적인 공연장 관리가 불가능 할지도 모른다.

이밖에도 공연장을 중심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은 무수히 많다. 공연장은 의전의 대상이 되는 VIP들의 등장이 잦다. 간혹 그들의 전문성이 결여된 개인 의견도 운영에 반영해야하나 하고 고민할 때도 많을 것이다.

공연장의 대표는 그래서 전문성이 확보된 프로여야 하고 치우침이 없는 냉철한 결정자여야 한다. 아울러 무대 앞과 뒤, 객석 심지어 주차장에까지 신경이 미치는 섬세하고 따뜻한 인물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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