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논설위원

▲ 윤일광 논설위원
키스의 유래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치아가 발달하지 않은 유아에게 어머니가 음식을 씹어서 건네는 것을 시작으로 보기도 하고, 원시시대 남자가 사냥을 떠나고 난 뒤 여자가 식량을 축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여자의 입속을 혀로 샅샅이 검사한 것이나, 동굴에 사는 원시인들에게 가장 부족했던 소금을 섭취하기 위해 상대방의 얼굴을 핥는 행위를 키스의 유래로 보기도 한다.

종교적 발원설로는 인간의 영혼이 숨결에 있다고 여긴 원시인들이 코를 비비며 숨결로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의례가 키스로 발전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진화론자들은 상대의 얼굴에서 나는 냄새와 침 속에 있는 페로몬을 통해 상대가 우수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지를 감지해 낸다고 말한다.

17세기 그림형제의 동화에 나오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공주가 마법에 걸려 백년동안 잠이 들었을 때 왕자가 나타나 키스함으로 깨어난다는 설정은 키스가 영혼의 양식이며 살아있는 자의 리비도(libido·삶의 에너지)임을 암시하고 있다. 그런 탓인지 어떤 연구에서는 아침에 출근하면서 아내에게 키스를 하고 나오는 남편의 연봉이 그렇지 않은 남편보다 평균 30% 높았다고 한다.

금년 6월, 술 취한 남자에게 여자가 강제로 키스하자 남자가 여자의 혀를 깨물어 2cm정도 상처를 입혔는데 법원은 남자의 행위를 정당방위로 보지 않았다. 그러나 강제로 키스하려는 남자에게 여자가 혀를 깨물어 상처를 낸 경우에는 정당방위로 보아 온 것이 지금까지의 판례였다.

12월6일, 광화문 광장에서 '키스오래하기대회'를 열겠다고 광고하자 하루 300여명이 넘게 신청했다고 한다. 그날 1인당 5,000원씩 낸 참가비 전부를 우승상금으로 걸었다. 개최하지는 못했지만 어떻게 보면 참 재미있는 세상이다.

성인식을 치른 남녀에게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1위가 키스였다는 것도, 키스는 우수한 형질의 유전자를 찾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그냥 보편적인 한 행위에 불과하다는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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