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인지 기자
눈먼 돈, 없어지기 전에 써야하는 돈, 바로 국민이 낸 세금이다. 시민이 낸 세금은 어디로 흘러들어가고 있는가. 연말만 되면 파헤쳐지는 도로를 생각하면 답은 쉽게 나온다. 

지난 달 거제시는 거제시의회의 본회의실 의자 16개를 교체했고 일부 의원은 개인적인 일정으로 취소했던 해외연수를 뒤늦게 다녀왔다. 제7대 시의회가 구성되고 23년 만에 본회의장의 의원용 의자가 교체됐다. 어찌나 좋은지 일부 시의원은 집에 가져가고 싶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 심의를 거쳐 예산을 확보한 거제시는 개당 100만원에 달하는 16명 의원들의 의자를 교체했다.

시의원의 의자를 구입하기 위해 1600만원을 쓴 것이다. 비싸다는 일부 시의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것도 1년에 한 달 앉을까 말까하는 본회의실 소파에 시민의 세금 1600만원이 흘러들어 간 것이다. 시민들이 사준 좋은 의자에 앉으면 정치도 그렇게 고급스럽게 하실지. 시의원 자질 논란이 불거지니 고급스런 의자에 앉아 품위를 지키라는 의미로 구입한 건지도 모를 일이다.

담당 공무원은 "시의회 개원 이래 처음으로 교체했고 앞으로 20년은 넘게 사용해야 하는 가구라 한 번 구입할 때 좋은 것으로 구입해야 했다"며 "교체시기가 짧으면 오히려 예산 낭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일부터 올해 마지막 정례회가 열리고 있다. 일을 더 잘 하라고 시민의 세금으로 구입한 100만원짜리 1인 가죽소파에 앉으실 의원들의 활약상이 기대된다.

지난달 19일부터 24일까지 의원 3명이 개인 사정으로 일정이 취소됐던 공무국외연수를 다녀왔다. 홍콩·싱가폴·인도네시아 등 3개국을 4박6일 일정으로 탐방한 이번 연수는 '관광 인프라의 벤치마킹과 고현항재개발로 인한 신도시 개발방향의 접목'이라는 명목으로 추진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의원들의 자부담을 빼고 시민의 세금 1100만원이 공무국외연수에 쓰였다. 4성급 이상 호텔 숙식·전용차량 운행비·4회의 항공 이용료 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배워야 한다는 강박증에 나중에는 4성급 호텔을 벤치마킹 하러 간 것이라고 억지 부릴지 모를 일이다.

일정을 구체적으로 열거하자면 입 아프다. 이들의 일정이 궁금하다면 지난해 연수일정을 참고하면 될 듯하다. 현지 유명 관광지를 시찰하고 '고현항'이나 '관광인프라' 등 그럴싸한 단어를 끼워 맞춰 연수식으로 꾸미면 된다. 다녀와서 외유성 해외연수논란이 불거져 도마 위에 오르면 조용히 침묵하고 있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내년에 또 다녀오면 된다. 매년 반복되는 퍼포먼스다.

이제 시민들도 알아야겠다. 시민이 낸 세금의 얼마가 의원들의 연수비에 포함됐고 가서 무엇을 배웠으며 거제시 행정에 어떻게 반영이 됐는지를. 벌써부터 내년 세금 인상에 울상인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오른 세금으로 더 좋은 곳을 다닐 생각에 가슴 부푼 시의원들도 있을 것이다.

공무국외연수 세부 일정표의 마지막은 '거제시청 도착해 여행 종료'였다. '여행'과 '종료'. 왠지 시민 세금으로 여행가는 것은 이제 종료하라는 소리로 들리는 것은 기자만의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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