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인 칼럼위원 거제백병원 제2외과 과장

▲ 박정인 칼럼위원
거제백병원 제2외과 과장
사람이 살다보면 갑작스런 복통으로 곤혹스러울 때가 간혹 있다.

병원에 찾아온 환자분이 그렇게 호소한다면 으레 유행어처럼 당황하지 않고 혈액검사·초음파·CT촬영까지 하고 진단에 맞추어 항생제나 진경제 등의 처방을 하면 되지만, 실제 복통이 있을 때가 직장에서 중요한 일을 하고 있을 때이거나 어디 장거리 운전 중 또는 피치못할 사정으로 병원에 바로 가기 어려운 상황일 수도 있다. 그리고 낮이 아니라 밤이거나 새벽이라면 환자들로 북적이고 시끄러운 응급실이 싫어 병원가기가 좀처럼 내키지 않을 수도 있다.

필자도 작년에 인천의 지인한테 방문했다가 복통으로 고생한 적이 있다. 지인 가족들을 만나 이것저것 먹고난 후에 상복부가 뒤틀리며 화끈거리고 뭐라 표현하기 애매한 진통이 지속돼 길거리에 드러눕고만 싶었다. 그 와중에도 머리속에서 이게 어떤 질환인지, 왜 생겼는지, 이런 저런 생각으로 뒤죽박죽이었다. 막상 응급실에 가려니 주변에는 종합병원이 없고 대학병원에 가려니 수많은 환자들로 진료대기만 몇시간 기다릴 것을 생각하니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약국에서 위산억제제를 사먹고 나서야 호전이 되어 병원에 들르지 않고 내려올 수 있었다. 나름 의사라는 사람도 이렇게 애먹는데 보통 사람이라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싶었다.

복통이 단순 장염, 일시적인 속쓰림 정도라면 뒤늦게 병원에 내원해도 큰 문제없이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담낭염이라던지 흔히 맹장염이라고 하는 충수돌기염·장출혈·천공 등은 뒤늦게 내원하게 될 경우 수술이 힘들어지게 되므로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커지게 된다.

그렇다면 갑작스레 심한 복통이 생겼을 때는 어떻게 대응해야 될까? 무조건 병원에 가야할까? 아니면 참아보고 기다려볼까? 물론 양쪽 다 맞는 답이다. 무조건 병원에 간다면야 미리 위험한 질환을 빨리 발견해 문제가 생길 일이 없지만, 병원비 부담이 만만치 않고 괜히 감기걸린 사람 옆자리에 앉아있다가 감기에 걸려 올 수도 있다.
 참고 기다려본다면야 어지간한 장염이나 일시적인 복통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회복되겠지만 간혹 심한 질병인데 진단이 늦어져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보통 복통을 심각하게 봐야 하는 경우는 복통의 위치를 고려해야 하고 지속시간이 길거나 반복되거나, 열이나 심한 설사가 동반되는 경우 통증 자체가 극심할 때이다. 물론 소아나 어르신들의 경우라면 이런 경우를 고려하지 말고 진료를 보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상복부 통증이라면 위염이나 위궤양, 일시적인 경련인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라면 금식을 하거나 간단히 약 먹고 기다려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간혹 협심증·심근경색·궤양천공 같은 위험한 질환도 초기에는 이런 증상이다가 점차 통증이 심해지고 반복이 된다. 담낭염의 경우도 초기에는 꼭 위염증상처럼 있다가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배꼽주위 복통은 장염이나 일시적인 장기능 저하인 경우가 많다. 이럴땐 금식을 하거나 따뜻한 물 또는 이온음료를 마시고 충분히 쉬어주는 것이 좋다. 

하복부 통증은 유발하는 원인들이 너무 많다. 변비·장간막 임파선염·장유착·난소의 물혹·대장염·게실염·충수돌기염·암·장내출혈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각각에 대해서 판단하려면 의사들도 머릿속이 복잡하다. 중요한 것은 증상 지속시간이 길거나 반복되거나 통증자체가 극심하고 열이나 설사가 동반된다면 꼭 진료를 보는것이 안전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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