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논설위원

▲ 윤일광 논설위원
본래 환관(宦官)들은 궁형(宮刑)을 받은 죄인들이었다. 궁형이란 남자는 거세시키고 여자는 음부를 밀폐시키는 형벌이다. 또 다른 부류로는 스스로 거세하는 자궁(自宮)으로 환관이 되기도 한다. 거세한 후에는 성격이 온순해지기 때문에 부리기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그보다 후궁과의 성관계를 방지하여 왕실의 순수혈통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거세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중국에서는 고환과 음경을 함께 절제하는 방식이었고, 우리나라 환관은 고환만 잘라내는 방식이었다. 거세한 고환과 음경은 항아리에 넣고 보관했다가 환관이 죽으면 원래 있던 자리에다 실로 꿰매서 장례를 치러 주었다.

환관의 우두머리인 태감(太監)만 되면 황제 이상의 부귀와 권세를 거머쥐었다. 진(秦)나라 때의 환관 조고(趙高)는 승상의 자리까지 올랐는데 진시황의 유서를 조작하여 어리석은 '호해'를 2대 황제로 세우고 국정을 농단한다. 심지어 자기편인지 아닌지를 구별하기 위해 신하들이 모인 자리에서 사슴 한 마리를 황제에게 바치며 '말(馬)'이라고 한다. 황제가 "말이 아니라 사슴이잖소?"하며 주변의 신하에게 묻자 황제의 말이 옳다는 사람과 조고의 말이 옳다는 사람으로 편이 갈린다. 조고는 두고 보았다가 사슴을 사슴이라 한 신하들은 모두 죽여 버렸다. 이것이 그 유명한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고사다. 진의 2세 황제는 결국 조고에게 시해되고 진도 멸망하게 된다. 환관의 주임무는 내시, 즉 왕과 그 일족의 시종이다. 단순 노비에 불과했던 그들이 오랫동안 황제의 곁을 지키다 보니 무시할 수 없는 권력자로 등장할 수 있었고, 거세 후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기다렸다가 권력만 쥐게 되면 자신의 거세를 보상하려는 듯 탐욕으로 나라를 어지럽혔다.

중국 후한 말 영제(靈帝) 때 정권을 잡아 조정을 농락한 10여 명의 환관들을 '십상시'라 하는데, 십상시는 중국 역사에서 최악의 환관, 최악의 간신을 뜻하는 대명사로, 후한의 멸망을 가져온 망국의 상징이다.

이런 십상시란 단어가 청와대 공식문서에 등장한다는 것은 참으로 충격적이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