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혁(계룡중 1년)
나는 그리스로마신화보다 이순신·김유신과 같은 위인전기를 읽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규칙을 지키면서 자신의 꿈이나 대의를 이루지만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아무 규칙도 없이 순전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서로 다투며 죄없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기존의 알려진 그리스로마신화 이야기를 단순히 그려내지 않고 인간의 관점에서 한 번 꼬집어본 내용들이 들어있어 읽는 내내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태초의 신 우라노스의 아들로 태어난 시간의 신 크로노스는 자신이 가장 높은 신이 되고 싶어서 아버지 우라노스의 거기를 잘라서 죽인다. 게다가 자신의 어머니인 가이아에게 자기 자식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라는 예언을 들은 크로노스는 자신의 아들·딸들을 모두 산 채로 먹어버리는데 그 끔찍한 장면을 상상하니 온 몸의 피가 얼어붙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냥 죽이는 것도 아니고 자식을 먹어버리다니….

이게 끝이 아니다. 뱃속에서도 계속 크게 된 크로노스의 자식들은 엄마의 도움으로 밖에 나오게 되자 맏이 제우스를 앞장 세워서 크로노스를 죽이고 만다.

헬리오스는 태양신이지만 자기 아들 파이톤에게 태양마차를 맡겨 수많은 사람을 불태워 죽이는 잘못을 저지른다. 제우스의 동생 하데스는 자기 맘에 든다고 데메테르라는 여신의 딸를 납치해버린다.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저주하면서 정말 자기 마음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스 로마신화의 신들은 자기 마음대로 죽이고 싶으면 죽인다.

현대에는 대통령이라고 해서 무조건 자기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그게 자신의 지위가 갖는 책임의 무게다. 지위가 높아지면 책임도 많아지는 것이다.

그리스로마신화는 읽는 내내 이 이야기들이 현실이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어 자꾸 마음이 무거웠지만 이 책을 덮으면서 신화는 신화일 뿐이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러나 요즘 현실에서도 신화에나 있음직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내가 살아갈 세상은 인간적인 풍미로 가득한 따뜻한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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