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주취자 단속 동행취재

다짜고짜 시비 폭언·폭행 많아
인력 부족에다 인격 모욕까지

지난 3일 새벽 1시를 넘긴 신현지구대. 순찰차 내비게이션에 '콜'이 뜬다. 고현동 차로주변에 취객이 누워 있다는 제보가 들어온 것이다. 마침 순찰 중이던 경찰관들은 현장으로 달려간다. 영하를 밑도는 한파가 몰려온 이날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 두 명은 안전한 귀가를 위해 취객을 깨워 신원을 파악한다.

만취된 취객은 집으로 가던 도중 길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쓰러진 곳이 어디인지, 왜 집과 정반대인 이곳까지 걸어왔는지 알 수 없다고 횡설수설이다. 만류에도 불구하고 굳이 집까지 걸어가겠다던 그는 언뜻 보기에도 보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하게 비틀거렸다. 순찰차에 탑승해서야 비로소 '미안하고 고맙다'는 한 마디를 남긴다.

또 다른 '콜'이 뜬다. 만취한 여성이 몸을 가누지 못해 넘어지며 얼굴에 가벼운 찰과상을 입고 응급실로 이송됐다. 병원에 도착해서는 계속된 회유에 못이겨 차에서 내리긴 했지만 끝까지 치료는 받지 않겠다고 우기는 통에 병원 관계자와 경찰, 구조대원들이 난감해 한다. 결국 자진귀가시키겠다는 보호자에게 인계하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취객을 상대하는 지역 경찰관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일이 취객들을 응대해야 하고 또 사소한 일로 출동했을 경우에도 업무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현지구대 관계자는 "주취자들의 대부분은 일용직 노동자, 생활보호대상자 등 경제적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교육수준이 낮아 폭력적인 언사와 폭행 등을 일삼아 위험하거나 인격적인 모욕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고 시민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하는데 되레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 일부 주취자들을 볼 때마다 모욕감과 수치심을 느낀다"며 "경찰도 사람인지라 순간 폭발하려는 감정을 억누르는 데 힘이 든다"고 덧붙였다.

경찰에 따르면 취객들의 유형은 크게 6가지다. 술에 취해 쓰러져 도로에 누워 자고 있다가도 깨우면 의식을 찾아 스스로 귀가하는 '자진귀가형', 만취된 상태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해 2차사고 예방 차원에서 병원으로 이송하는 '인사불성형', 다짜고짜 욕설을 퍼부으며 사회의 불만을 토로하고 모든 것을 상대의 탓으로 돌리는 '다짜고짜시비형' 등이다.

또 술에 취재 몸을 가누지 못한 여성이 경찰이 부축할 경우 성추행 했다고 주장하며 몸에 손을 못 대게 하는 '성추행주장형', 음주 여부와 상관없이 지구대를 집 드나들 듯 방문해 마음대로 행동하는 '주거형', 집에 갈 차비가 없다며 집까지 태워달라거나 택시비를 요구하는 '대리기사요구형'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연말연시 음주운전 단속에다 취객으로 인한 출동이 잦아지면서 경찰력 공백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잘못된 음주문화로 인한 피해는 결국 시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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