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보는 것은
아이들이 보는 것은
  • 거제신문
  • 승인 2007.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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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애 계룡수필회원

여름이 무르익고 있다. 올해는 유난히 소나기가 많다. 그러다 뜨거운 햇살이 비추면 그 열정적인 열기에 자연은 더욱 더 푸르러진 느낌이다.

이때쯤이면 사람들은 휴가를 떠난다. 열심히 일했으므로 무더운 때에 베짱이처럼 쉬는 것도 괜찮을 법하다.

여행을 떠나는 이도 많다. 그래서 여름 휴양지는 몸살을 앓는다. 이번 여름철에도 휴양지인 이곳 거제도는 몸살을 앓고 있다.

얼마 전 학동을 찾은 적이 있다. 근처 초등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나기로 하였다. 차들의 행렬이 많다.

겨우 초등학교 교문을 들어서려는 순간 남자분이 무슨 일로 들어오느냐고 묻는다. 만남을 위한 장소로 여기를 택했는데, 금방 이동할 거라고 말씀드렸다. 그 분은 꺼림칙한 표정을 짓는다.

별 생각 없이 목례를 하고 운동장으로 들어섰다. 순간 내 귓전으로 거친 목소리가 들린다.

“아저씨! 여기 쓰레기 좀 치우이소.”
“우리가 안 그랬는데요.” 
“뭘 안 그래요? 아까 아이들이 그러는 걸 봤는데.”
“우리가 안 그랬다니까요. 우리 아이들이 안 그랬다고요!”

그 집 아이들이 뛰어놀다 멈춘다. 이쪽저쪽을 본다. 당직교사일 것 같은 남자 분이 격앙된 목소리를 하고는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그늘에 앉아 말대답을 하던 남자 분은 아주 기분 나쁘다는 표정으로 일직교사의 말을 무시한다.

차에서 내렸다. 늘 싣고 다니는 비닐봉투 한 장과 장갑을 꺼냈다. 여기저기 아이스크림 껍질과 알루미늄 캔들을 주워 담았다.

아이들이 뛰어놀다 쳐다보고 섰다. 얼른 눈에 들지 않던 담배꽁초들도 많이 보였다. 학교운동장을 다 돌아보지는 못하고 근처에 있는 쓰레기만 담았는데 제법 양이 많다. 날씨는 무더운데 어찌 내 등이 서늘하다.

학교 측에서 보면, 많은 사람들이 교정에다 차를 주차하고 놀다가는 이들이 짜증스러울 수도 있을게다. 일일이 쫓아다니며 쓰레기 버리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귀찮은 일이 제법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 거제는 관광 휴양지가 아닌가. 조금 더 부드럽게 말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고개를 든다. 물론 인내의 한도에 달해서 그렇겠지만.

또 어른들도 그렇다. 아이들이 무얼 보고 무얼 생각할까. 휴가라고 무조건 먹고 노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자란다. 자연을 사랑하는 버릇은 어릴 때부터 습관이 되어야 하지 않을는지. 억지로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은 하기 싫은 것이다.

자연보호, 자연사랑이라는 것이 거창하게 말로 될 일이 아니다. 자기가 버린 쓰레기를 주어갈 수 있는 이들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착하게 자라라’ ‘훌륭한 사람들이 되어라’ 말로 요구하지 말고 어른부터 먼저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어른들이 훌륭한 인격체가 된다면 아이들에게 굳이 뭐가 되라고 부탁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얼마나 좋은 교육의 기회인가. 이런 때가.

“얘들아! 우리 같이 청소하는 놀이할까?”

이런 여유로움을 보여주는 멋진 아빠가 그립다. 아이들의 눈은 이런 훌륭한 아빠의 모습을 기다린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가 먼저 자연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면 어떨까? 연애하는 마음으로 자연을 소중히 생각하면 좋겠다.

그러면 산과 들에 흐드러질 야생화, 야생초가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아름다운 거제를 사랑하고 자랑하는 것은 이런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인간에게 더 없이 소중한 자연.
그것을 아끼지 않으면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
자연에 대한 사랑은 결코 커다란 보석을 달아주는 일이 아니다. 한 번 더 보아주고 한 번 더 챙겨주는 마음이 가장 소중하게 요구되는 것이다.

우리 모두 이번 여름에는 진정한 자연사랑 운동을 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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