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민 칼럼위원

▲ 이용민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우리나라의 커피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커피전문점 창업이 업계의 지존이라는 치킨전문점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그 신장세가 뚜렷하다 한다. 커피의 음용방법도 예전처럼 단순하지 않아 알고 마시려면 거의 인문학 수준의 소양이 필요하다. 커피는 적도를 기준으로 남북으로 위도상 25도 범위내에서 재배된다.

이 지역을 커피존 또는 커피벨트라 한다. 그러다 보니 30퍼센트 이상이 브라질에서 생산되고 뒤를 이어 베트남·인도네시아·콜롬비아·에디오피아의 순으로 커피생산 대국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커피의 종류는 원두에 따라 아라비카·로부스타·리베리카 등으로 나눠지는데 아라비카가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한다. 편의점 같은 곳에서 파는 간편 커피들의 이름에서 익숙하게 보아온 용어들이다.

시드니 폴락 감독의 '아웃 오브 아프리카'라는 영화는 케냐의 대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 여인의 사랑과 인생을 안단테로 표현한 수작이다. 어떤 이들은 매우 지루한 영화라고 혹평하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요즘 흔히 쓰는 표현으로 스토리를 들어내고 보자면 '힐링'과 '슬로우'라는 시대적 트렌드를 일찍이 구현해 낸 작품이 아닌가 여겨진다.

영화의 줄거리는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주인공 카렌이이라는 덴마크의 부자 독신여성이 브릭센남작이라는 남성과 다소 충동적으로 아프리카 생활을 꿈꾸며 결혼을 약속하는 것으로 출발한다. 케냐에서 결혼식을 올린 이들은 행복한 나날을 이어가지만 커피재배 문제로 다툼을 벌이게 되고 브록센은 영국과 독일간의 전쟁에 나가게 된다. 혼자 남은 카렌은 어느날 초원에 나갔다가 사자의 공격을 받게 되는데 때 마침 등장한 데니스(로버트 레드포드 분)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 나고 둘은 급격히 가까워 진다. 낭만과 모험 그리고 친절함까지 갖춘 데니스에게 카렌은 헤어날 수 없을 만큼 빠져들지만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데니스는 한 여자에게 메이는 걸 원치 않는다. 사랑의 방식에 이견을 좁히지 못한 카렌은 그를 떠나려 하고 마지막 배웅을 해주겠다던 데니스는 카렌과의 추억을 만들어 갔던 자신의 비행기가 추락하면서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데니스의 장례식을 치른 카렌은 꿈같던 아프리카를 가슴에 묻고 떠나게 된다.

이 영화에서 카렌은 케냐의 고지대에서 커피 농장을 운영한다. 케냐의 커피는 에디오피아에서 건너 간 것으로 되어 있다. 영화 속 대사를 보면 카렌이 "지금 심어 언제 수확 할 수 있냐"고 물어보자 "약 3년 또는 4년이 지난 뒤에"라고 답한다.

그리고 고지대에서 재배하는 것은 처음이라 수확할지도 의문이라고 답한다. 그 외에도 케냐커피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케냐 최고급 커피가 생산되는 케냐 마사이와 킬리만자로가 나오며 하얀 소금밭같이 커피꽃이 피어있는 장면과 앵두처럼 빨간 커피 체리를 가공하는 기계와 커피체리를 물로 벗겨 씻어내는 워시드 가공방식을 볼 수 있다. 고급 커피에 사용되는 파티오라는 커피를 말리는 장면들까지 커피 수확에서 가공 포장까지 전 과정을 이 영화에서는 다 보여준다.

영화의 전체 줄거리에서는 커피관련 일이 크게 부각되지 않지만, 요즘처럼 커피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에 이 영화는 전혀 색다른 측면으로 다가 온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배경음악으로 쓰인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은 사파리 복장의 주인공들이 새로운 대륙에서 펼치는 모험과 탐험 그리고 생존의 처절함조차도 대자연의 일부가 되어 아다지오 템포의 목가풍으로 만들고 있다. 이 곡을 쓸 당시의 모차르트는 매우 힘든 생활을 하고 있었고 본인의 죽음도 어느 정도 예견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2악장에 흐르는 담담한 선율은 체념을 넘어 달관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듯하다.

2015년은 '이사크 디네센'이란 필명으로 잘 알려진 카를 블릭센이 태어난지 13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름에서 눈치 챘겠지만 이 여류작가는 덴마크 최고의 이야기꾼이자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자전적 소설로 풀어내어 준 주인공이다.

실제로 블릭센은 케냐에서 커피농장을 운영했고 안데르센과 세익스피어의 영향을 많이 받은 만큼 영화 속에서도 세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으며 길고 무더운 아프리카를 견디고 있었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 이 작 품으로 블릭센은 노벨문학상 후보에 두 번이나 지명이 됐고 1985년 발표된 영화는 지금까지 명작으로 사랑받고 있으며 케냐를 세계에 알린 공로로 케냐인들의 사랑까지 받고 있다고 한다. 

모차르트의 클라리넷협주곡이 흐르는 바닷가에서 케냐산 AA커피를 음미하는 호사를 부려 봤으면 좋을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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