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의 미항으로 통하는 장승포에 지하 6층 지상 16층, 3동 180세대가 입주할 고층아파트 신축허가가 났다. 그런데 아파트를 꼭 거기에 지어야만 하는지 묻고 싶다.

이곳에 고층아파트가 건립되면 발생할 수 있는 교통사고의 위험이나, 폭우 때마다 몇 차례 산사태가 심각했던 곳으로 거제시가 수억 원을 들여 재해방재사업을 끝내고 재해위험지구에서 해제시켰다. 하지만 아직도 지질상 지반이 약하고, 아파트가 지어지면 콘크리트 댐(dam)의 효과로 아파트 뒤쪽으로는 새로운 산사태의 위험이 있다는 것도 대단히 큰 문제지만, 그것보다 더 근원적으로 지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이 아파트 뒤에는 230여명의 장애인들이 생활하는 사회복지법인 애광원이 있고, 160여명의 특수교육 대상학생들이 공부하는 애광학교가 있다. 여기에 있는 모든 시설들은 바다를 향해 보고 있다. 바다는 그들에게 어머니의 품과 같은 곳이다. 바다를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하고, 바다를 바라보며 꿈을 키우고, 바다를 쳐다보며 하루를 감사하는 이들의 터전이다.

1952년 이후 62년간 바다를 어머니의 품으로 삼아 꿋꿋하게 살아온 그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지는 못할망정 중증장애인과 지적장애인에게 정서적 안정을 줬던 바다를 거대한 고층아파트로 가로막아 버리는 일은 참으로 잔인한 일이다.

아파트사업자는 이 아파트를 통해 얼마나 많은 경제적 이득을 볼지 몰라도 아파트 바로 뒤로 우리가 보호해야할 장애인시설이 있다면 처음부터 아파트를 짓겠다는 발상을 하지 않아야 옳았다. 돈이 먼저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기 때문이다.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은 단 한 사람의 사회적 약자라도 함께 가도록 배려하는 사회다.

거제시는 아무리 적법한 절차에 따른 허가라고 우기지만 지켜줄 것은 지켜줘야 하는 것이 임무다. 에메랄드빛 스카이라인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장승포 바다의 풍광은 백년 이백년이 지나도 지켜져야 할 거제의 자산이다. 더구나 고층아파트 뒤로 애광원과 애광학교가 있고, 거기에 사는 살아가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뻔히 알면서도 법만 내세워 허가하고는 분쟁은 당사자끼리 해결하라는 태도는 믿음을 주는 시정이 아니다.

시민들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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