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민 칼럼위원

▲ 이용민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지난달 28일 지역에 소재하던 경남 유일의 예술영화관 거제아트시네마가 폐관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다. 2011년 3월 문을 열어 3년6개월 동안 2100여편의 예술영화를 소개하며 상업예술의 광풍 속에서 외롭게 순수예술을 지켜나가던 터라 지금이라도 살릴 수 있는 방안이 없을까 하는 간절함이 더한다. 이 영화관은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매년 5천여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왔는데 최근 지원중단의 결정나면서 경영난을 극복할 수 없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예술영화관이 전체 운영비의 절반 이상을 지원금에 의지해 오던 현실에 비춰 보면 지원중단은 폐관을 유도하는 결정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몇해 전부터 한국영화의 전성시대를 맞아 예전 헐리우드나 홍콩영화에 밀려있을 때, 자막없이 잘 만들어진 우리 영화 제대로 한 번 보는 게 소망일 때도 있었지 않은가. 그 시절에 비하면 상전벽해의 환경에 대단히 문화생활을 향유하고 있는 듯하지만 실상 개봉관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영화작품은 국적을 불문하고 매우 편협하다. 자본의 논리가 장악하고 있는 영화생태계에서 다양성과 예술성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은 예술영화 전용관 밖에 없었다.

국가기관에서 이런 종류의 극장을 지원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건강한 영화생태계를 보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공익에 부응하는 것인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부산국제영화제(BIFF)라는 아시아 최고의 성공적 영화축제를 보유하고 있다. 부천과 전주, 광주 등 나름대로 안착하고 있는 영화제도 다수 있다. 인구 비례로 국민당 영화 관람인구와 관람빈도도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조사에 의하면 우리 국민들은 독서는 민망할 정도로 하지 않고 공연관람은 적당하게  영화관람은 거기에 비해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다고 평가되지만 그 편식성도 심각한 지경이라 하니 예술영화관이 가지는 영화의 산업적, 예술적, 학문적 효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 같다.

예술영화는 이른바 아방가르드영화나 독립영화, 단편영화, 고전영화 등을 총칭한다. 매니어를 중심으로 관객층이 형성되다 보니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지만 생태계에서 마치 습지같은 역할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는 소중한 장르이다. 예술의 전 장르에서 컨템포러리나 모던 그리고 독립이라는 가치는 무엇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의미와 기능으로 존재한다. 예컨대 새로운 음악에 대한 창작을 게을리하고 매번 익숙하다는 이유로 모차르트나 베토벤만 연주한다면 새로운 관객의 수요를 창출하거나 흔히 하는 말로 제대로된 문화창달이라는게 미래지향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을까. 돈이 되지 않는다고 다양성을 외면하고 특정한 소재나 형태만 선호한다면 잠시 후 펼쳐질 황폐화되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문화향유 공간이 끔찍하게 눈에 그려지지 않는가.

우리는 이제 영화 한 편으로 천만 관객을 예사로 넘기고 매출이 1300억원을 넘어서기도 하며 계약에 따라서는 감독이나 주연 배우가 수십억 심지어 수백억을 벌어 들이는 세상을 살고 있다. 물론 관객의 기호를 잘 읽어 내고 다소간의 행운도 따라야 하는 경우의 이야기이지만. 그에 비하면 대중의 기호와 관계없이 영화 자체에만 집중하는 이들이 겪는 현실, 지원금  5천만원이 끊겨 문을 닫아야 하는 순수예술의 그늘이 너무 가슴 아프지 않은가.

해묵은 논쟁일 수 있는 순수나 대중 또는 실용같은 논리로 이 문제에 접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거제는 지금보다 훨씬 더 문화지향적이어야 한다는 당위를 주장하고 싶다. 물론 거제아트시네마의 폐관이 궁극적으로는 운영자의 결정에 의한 것일테고 중앙부처의 잘못된 영화산업육성에 관련한 정책과 결정에 기인했을 테지만 지역 내 문화관련 동향에 대해서 행정이나 지역민 심지어 문화계 종사자들이 보이는 대응 정도도 문화적으로 성숙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 

거제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도시지만 자칫 획일화되기 쉬운 도시 환경을 가지고 있다. 도시 자체가 가진 자연적 잠재력이 대단함에도 대형 조선사의 기업 문화가 도시의 정체성을 선도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문화와 도시문화가 동일시될 수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도시의 교통, 음식, 주거, 교육, 여가, 소비 등 시티컬러가 매우 단순하게 패턴화 될 수 있고 계층화될 수 있다는 우려이다. 실제 그런 측면이 강하기도 하다. 거제아트시네마 같은 작은 공간을 작게 보지 않는 시선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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