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파는 상점 - 김선영 作

▲ 김미애(36·삼룡초 학부모)
시간을 판다? 너무 생소하다. 그 호기심으로 이 책을 처음 펼쳐 보게된 것 같다.

시간을 파는 상점은 외뢰인의 사건을 해결해주는 인터넷카페로 주인공 온조가 운영자다. 이 소설은 온조의 옆반에서 일어난 PMP분실 사건으로 시작된다.

온조에게 범인을 잡아달라는 의뢰가 들어왔고 만약 잃어버린 물건을 찾게 된다면 그것을 제자리에 놓아달라는 부탁까지 받는다. 작년 온조네 학교에서는 MP3 도난사건이 있었다.

훔친 친구는 야간자율학습시간에 바로 들통나고 말았고 그 사실을 안 선생님은 '내일 보자'는 말로 시간을 넘긴다. 선생님이 보자던 그 내일이라는 시간을 견디지 못한 아이는 밤사이 학교 옥상에서 떨어져 죽게 된다.

MP3를 잃어버린 아이는 바로 전학을 갔고, 학교도 가족도 모두 이 사건을 덮어버렸다. 온조는 또다시 일어난 도난사건에 또 한 명의 친구가 그와 같은 죽음에 맞닥뜨릴까봐 몸서리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 소설에서의 시간은 가족 안에서의 온조의 모습으로 구체화된다. 말허리를 자르는 법이 없는 엄마는 속에서 들끓고 있는 말이 다 풀어져 나올 때까지 기다리며 들어준다.

엄마는 소방대원이었지만 일찍 세상을 등진 아빠가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온조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그렇지만 죽음이 갈라놓은 인연이라면 그 또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일.

"우리 온조가 이글을 생각보다 일찍 보게 된다면 그것만은 기억해다오. 온조에게 재미있는 아빠로 남고 싶었으나 뜻한 바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아빠의 죽음으로 인해 우리 온조의 삶이 무거워질까 봐 그게 아프다. 아빠가 간 길은 아빠가 선택한 최선이었다는 것을 기억해다오."

삶은 '지금'의 시간을 살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고 아쉬운 건지도 모른다.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시간을 판다는 작가의 놀라운 발상에서 시작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지금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 하겠다.

요즘은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다. 힘든 시기를 지날 때는 그렇게 안 가던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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