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삼성 조선소 수주실적 저조·신용등급 하락에 지역경제 먹구름
조선산업 경기회복 위해 구조 고도화와 수익성 위주 선박수주 필요

국내 조선업이 수주 감소와 실적 악화라는 악순환에 빠진 가운데 지역경제에 미칠 파장이 어디까지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지난 9월 수주실적은 전무하다. 당초 연간수주목표를 150억 달러(15조8880억원)로 정한 삼성중공업은 현재까지 50억 달러(5조2960억원)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올해 하반기 대형 발주가 사실상 마무리된 상태임을 감안하면 삼성중공업의 올해 수주실적은 100억 달러도 넘기 힘들 전망이다.

여기에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상여금 600%를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내용의 사측제시안을 거부하며 대립 중이다. 노사관계 악화가 수주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는 지난달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등급 하향 조정했다. 큰 폭의 실적 저하, 운전자본 부담으로 인한 차입부담 증가, 해양플랜트부문 사업리스크 확대, 수주환경 악화 등에 따른 손익 및 현금흐름의 구조적 개선 지연 전망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됐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2012년 이후 해양플랜트 부문의 손실이 부각되면서 영업수익성이 다소 큰 폭으로 저하됐다는 평가다. 해양플랜트 사업비중이 크게 높아진 2012년 이후 운전자본이 급증하고 있다. 아직까지 정상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해외현지법인에 대한 지원가능성도 부담 요인으로 꼽혔다.

각종 악재가 겹치는 가운데 거제 지역경제의 중추를 담당하는 조선업종의 불황 현주소를 파악해보고, 장기 불황에 대비하는 지역경제 원동력을 찾아보고자 한다.

▲ 거제지역 조선 전문가는 수익성 위주의 선박수주와 지역 조선기자재 산업의 구조 고도화를 통해 불황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中에 밀리는 韓 조선업, 수주물량·금액 모두 뒤져

올 상반기 국내 조선업이 수주 물량은 물론 수주액까지 중국에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주 물량은 수년 전부터 중국에 밀렸지만 수주액까지 중국에 뒤진 것은 2010년 이후 4년 만의 일이다.

가격경쟁력과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업체의 추격에 한국 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 리서치가 발표하는 클락슨 리포트를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중국의 수주액은 약 146억달러로 한국의 수주액(약 132억달러)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약 59억달러 정도 수주했다. 같은 기간 화물을 실을 수 있는 중량을 나타내는 DWT와 건조 난이도 등을 고려한 수정환산톤수를 뜻하는 CGT 모두 중국이 한국을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은 올 상반기 약 3176만DWT, 약 909만CGT를 수주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이 수주한 물량은 약 1722만DWT, 약 555만CGT다. 중국과 비교하면 DWT와 CGT가 각각 44%, 39% 적다.

2010~2014년 상반기 한국과 중국의 수주물량을 분석해 보면 2011년 CGT를 제외하고 DWT, CGT 모두 중국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상반기 한국과 중국은 각각 1021만CGT, 792만CGT를 수주했다. 반면 수주액은 2011년부터 3년 연속 한국이 중국을 앞섰다.

양국의 CGT 격차가 가장 적었던 2012년 상반기(한국 380만CGT·중국 436만CGT)에도 한국은 149억달러를 수주하며 중국(96억달러)을 50억달러 이상 앞질렀다.

중국은 중대형선박과 벌크선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선박 중심으로 수주한다. 반면 한국이 수주하는 선종은 해양플랜트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이 대부분이다. 그동안 DWT나 CGT에선 중국에 밀리지만 수주액에서 중국을 앞서는 이유였다.

그러나 올 상반기 중국은 한국보다 14억달러 정도 많이 수주했다. 수주액을 앞선 건 2010년 이후 4년만이다.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는 철광석 물동량 증가에 따른 운임지수 상승으로 중국 업체에 유리한 벌크선 발주가 증가했다"며 "올 상반기 전세계 발주량은 전년 상반기보다 약 20% 줄었지만, 벌크선 발주량이 많아 중국 업체들이 수혜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차입금 3조 줄여야

대우조선해양은 국내 조선 빅3 중 유일하게 분기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신용평가사들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뿐만 아니라 대우조선해양의 신용등급에도 '부정적' 전망을 달기 시작했다.

분기 흑자 기조라 하더라도 조선과 해양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데다 운전자금 부담으로 차입금이 매년 조 단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NICE신용평가는 최근 대우조선해양의 신용등급에 '부정적' 전망을 달았다. 재무 상태나 이익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을 계속해서 회복하지 못하면 등급을 떨어트리겠다는 경고도 했다. 재무 트리거(Trigger)로 제시한 지표는 별도 재무제표 기준 연속 4분기 합산 총 차입금/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이 지표가 7배를 상회하고 추세가 지속될 경우 등급을 기존의 AA-에서 A+로 떨어트리겠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총 차입금/EBITDA는 2013년 말 9.5배로, 트리거 수준을 이미 넘어선 상태다. 올해 6월에는 12.3배로 늘어났다. 상반기 중에 차입금이 5조 4700억 원에서 6조6600억 원으로 1조 2000억 원가량 증가했기 때문이다.

2011년 2조 5800억 원에 비해서는 4조 원 이상 증가했다. EBITDA가 소폭 줄어든 것도 커버리지 지표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대우조선해양이 등급 하향을 막으려면 수익성이 유지된다 하더라도 차입금을 3조 원 이상 줄여야 하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 연간 수주목표를 150억 달러로 정한 삼성중공업의 수주가 현재까지 50억달러에 그쳤다.

수익성·결제조건 악화, 운전자금 부담 지속

대우조선해양은 선박부문의 시황 악화와 발주 감소에 대처하기 위해 2011년부터 해양플랜트 위주의 수주를 이어왔다. 선박 발주 감소에도 불구하고 매출을 계속 유지해왔던 것도 해양 부문 수주가 이어진데 따른 결과다. 2011년 말 30%에 불과했던 해양 부문 매출비중은 최근 60%에 육박한 상태다.

현대·삼성중공업과 달리 해양 부문에서의 대규모 손실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해양부문이 선박 부문의 실적 악화를 메울만큼 높은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 대우조선해양도 일부 해양 부문에서 공기지연이 나타나고 있어 향후 실적 변동성이 커질 공산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차입금 확대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는 헤비테일(Heavy Tail) 방식의 결제조건도 조선업체에 유리하게 재조정되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헤비테일이란 조선업체가 선수금을 조금 받는 대신 선박건조를 끝낸 후 인도 시에 대부분의 자금을 받는 계약조건을 말한다. 수주가 늘어도 유입되는 현금이 줄어들면서 차입금 증가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수주한 물량이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인도되기 시작하면서 운전자금 부담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면서도 "수익성 하락 등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에 차입금 확대 추세를 되돌려 놓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 들어 국내외 부동산 개발 및 해운부문 자회사 지분을 매각했고, 현재 당산동 사옥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신용도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조 단위의 차입금을 줄여야 하는데 사옥 매각이나 현재까지 실시된 지분 매각은 일부 유동성을 확보하는 정도에 불과한 수준에 그친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해결책

지난 6일 거제대학교 이헌 교수(조선기술과)에 따르면 거제 양대 조선소의 사외 협력업체가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다. 이들 사외 협력업체는 60~70%를 조선기자재 임가공에 의존하고 있다.

이 교수는 "양대 조선소에서 해양플랜트 산업에 60% 이상 치중하다 보니, 이들 사외 협력업체가 플랜트 부품 수입이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더 악화됐다"고 진단했다.

거제지역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도 주목했다. 지난 9월 거제지역 전체 인구 25만9000여 명 중 경제활동인구는 약 12만여 명이다.

그는 "12만여 명 중 3만여 명 가량 양대 조선소 직영 사업장에 근무하고 있고, 6만여 명은 협력업체에 종사하고 있다"면서 "9월 현재 나머지 3만여 명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갖지 못하고 있다. 이는 심각한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 비율도 예년에 비해 25~30% 떨어진 상태"라며 신규 취업 인력의 감소도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런 현상들은 조선 경기 불황과 맞물려 지역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면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조선 경기 부활이 절실하다"고 분석했다.

이런 조선업 불황을 이겨낼 해법은 없는 것인가?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지역 조선기자재산업의 구조고도화를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지역 조선기자재업체들은 자금력이 취약해 기존 생산체제를 신규 시장에 맞춰 신속히 전환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특히 단 기간에 범용기술을 하이테크 기술로 전환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그는 "구조고도화는 대형 조선소와 조선기자재업체간 구분해 진행돼야 한다. 대형 조선소는 사업다각화를, 조선기자재업체는 외부 지원을 통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본적으로 해양플랜트를 확대하고 원천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 교수는 "또 조선기자재산업 클러스터 구축이 필요하고 중소 조선기자재업체들의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수주 물량 증가로 인한 외적인 성장보다는 수익성 위주의 차별화된 선박 수주로 내실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4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는 선가와 수익성 위주의 선박 수주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주위 환경 역시 나쁘지 않다"면서 "친환경·대형화 선박 기술 개발 등으로 고난의 시기를 타개책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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