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원의 수준이 의회의 수준이고, 의회의 수준이 거제시의 수준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거제시민들이 선택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달 15일부터 열리고 있는 거제시의회 행정사무감사장에서 보인 일부 의원들의 행태를 보면 거제시의회의 수준이 의심스럽고, 이런 사람을 대표로 뽑은 그 선거구의 사람들의 수준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지방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 문제가 물 건너 갔을 때에도 참을 수 있었던 것은 정당이 의원후보들의 도덕성과 자질을 검증해 줌으로 후보에 대한 일종의 연대보증을 선다는 의미에서 그나마 긍정성을 부여했는데, 이렇게 실망스러운 수준의 시의원에게 공천을 주고 시의회에 진출시킨 당도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회의진행방식이나 업무의 전문성보다 앞서야 하는 것이 지식과 정서를 갖춘 교양이다. 그렇게 함으로 의원의 품격이 지켜진다. 그런데 행정사무감사에서 어떤 의원은 질의도중에 '야마'니 '쌩까다' 등 저잣거리에서도 흔치 않은 시정잡배들이나 쓰는 비속어를 거침없이 쏟아놓았다.

위원장이 언어선택에 신중을 기할 것을 주문하자 "행정사무감사장이니깐 이러는 것 아니냐"라며 도리어 화를 내며 목소리를 높였다니 이 기고만장함이 의원의 질을 여지없이 떨어뜨리고 말았다.

또 다른 의원은 '양정식, 김한겸, 권민호 세 사람은 사기꾼 밖에 안된다'며 전·현임 시장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 뿐이 아니다. 행정사무감사 때 의회 휴게실·기자실을 비롯해 거제시청 내 모든 사무실에 TV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지 생방송으로 공개되는데도 교통행정과 행정사무감사 때 위원장의 사전 동의 없이 자기 마이크를 끈 후, 담당과장에게도 마이크를 끄게 하고 20여 분간 질의응답을 했다.

이 때문에 시청하던 시민들과 공무원들은 갑자기 소리가 들리지 않는 화면만 보고 있어야 했다. 그렇게 공개 못할 비밀스러운 질의라면 아예 비공개감사로 할 일이지 멀쩡히 감사하는 도중에 마이크를 끄게 하는 일은 상식 밖의 일이다.

이 두 의원은 초선의원이라 용감했다면, 한 재선의원의 역사의식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칠천량해전공원에 관람객이 적은 것에 대한 대안을 내놓기를 '칠천량해전이 우리에게는 패전의 역사이지만 일본으로 봐서는 승전의 역사가 아니냐'며 칠천량해전공원 주위에 숙박시설을 마련해 일본 관광객들을 맞는 것이 좋겠다는 발언은 교양도 전문지식도 갖추지 못한 밑천을 그대로 들어내고 말았다.

칠천량해전공원은 일본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시설이 아니라, 패전의 역사를 통해 오늘의 우리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한 교육의 장(場)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의회에서 시민의 입장을 대변하고, 시정(市政)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을는지 의문이다.

이뿐이 아니다. 얼마 전 총무사회위원회가 드비치골프장 현장실사를 나갈 때 자신은 산업건설위 소속이면서 민원을 해결해야 한다는 이유로 아무런 행정절차를 거치지 않고 막무가내로 동행한 일이 있었다. 모든 일에는 절차라는 것이 있고 다른 의원에 대한 존경과 예의라는 것이 있는데도 의회정치의 기본 룰(rule)을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했다는 건 믿어지지 않는 일이다.

자질 없는 시의원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거제시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 시의원이라는 완장을 차고 윽박지르고 호통 치는 고압적 자세로 갑(甲)질 하려는 실망스러운 의원들이 우리 의회에 있다는 것이 부끄럽다. 후보공천과정에서 걸러내지 못한 당도 사과해야 하고, 이들을 뽑아준 선거구의 사람들은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의회는 구속력과 실현성 있는 '의원 윤리법'을 강화하고 수준에 못 미치는 의원들을 정화하려는 의지를 보여 줘야 한다. 우리 시민들이 갑질하라고 의원이라는 완장을 채워준 것이 아니라 자질과 품격 그리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시민을 대표해서 시정을 잘 감시해 달라고 뽑아준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의회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

민의를 대표한 의원은 기본소양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권위와 존경의 대상이 돼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시의원이라는 완장을 스스로 내려놓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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