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作

▲ 장미혜(44·고현초 교사)
학창시절에 읽었던 고전 속 주인공들은 어두운 역경을 딛고 고난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는 삶의 의지를 보여주거나 상황적 암울함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다양한 방법으로 드러내 철학적인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인생의 한 가운데에 접어든 즈음 아주 독특한 고전을 만나게 되었다. 읽는 내내 주인공의 말과 행동을 한 시도 놓치기 싫을 만큼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며 놀라움과 흐뭇함으로 읽었던 고전은 '그리스인, 조르바'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톨스토이·도스프옙스키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그리스의 위대한 작가인 니코스카잔차키스의 작품이다. 대중에게 그리 널리 알려져 있는 작가는 아니지만 그가 추구했던 삶과 작품 속 인물들이 그려가는 세상이 그의 묘비명에 담겨져 있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오늘도 이렇게 얘기한다.

"나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 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

진정한 자유를 꿈꾸었던 그가 그린 자유로운 삶의 궁극의 캐릭터가 바로 '조르바'였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비록 배우지 못했지만 그래서 더욱 창의적인 사람일 수 있었던 조르바는 '나'를 두목이라 부르며 '나'의 자유롭지 못한 인간됨을 일깨워준다.

책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조르바의 명대사들은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망각하고 자신을 옭아매는 속박의 구렁텅이에 빠져있는 현대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것 같다. 조르바의 인간에 대한 생각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대목이 있다.

·조르바 : 나한테 윽박지르면 그때는 끝장이에요. 결국 당신은 내가 인간이라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나 : 인간이라니. 무슨 뜻이지요?
·조르바 : 자유라는 거지!

이 소설을 읽노라면 조르바가 나약한 나 자신에게 말하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과연 우리는 열정을 갖고 기존의 굴레를 벗어나 인간 본연의 진정한 자유를 추구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는 책. 내 가슴 속 잠자고 있는 '조르바'를 깨울 수 있길 오늘도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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