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2일부터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규제에 관한 특별법(선행학습 금지법)'이 발효됐다. 선행학습이란 어떤 새로운 학습과제를 습득해야 할 때 학교의 정규 교육과정에 앞서 1개월이나 한 학기 또는 한 학년을 앞질러 배우는 행위를 말한다. 어떤 새로운 학습과제를 배워야 할 때 학습자가 배울 내용을 사전에 훑어보는 예습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유럽에서 학교를 보내게 되는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간혹 학교의 호출을 받고 가서 주의를 듣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유는 학생에게 공부할 것을 미리 다 배워주었다는 것이다.

수업시간에 배울 내용을 미리 공부시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우리의 교육문화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고, 그 일로 학부모가 학교에 불려 갈만큼 잘못을 저지른 것인지 적이 당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보다 미리 공부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정상적인 수업 진도에 맞춰서 공부하려는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게 되고, 또한 교사의 수업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되기 때문에 이를 못하도록 금지한다는 것이다.

이 법은 박근혜 대통령이 내걸었던 대표 공약 중 하나로, 일반학교의 각종 평가는 물론이고 외고·국제고·과학고의 입학전형이나 대학입학전형 때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할 수 없고 학교장은 학교에서 선행학습이 실시되지 않도록 지도 감독해야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사실 우리 공교육이 이 선행학습으로 인해 무너졌다 해도 빈말은 아니다. 우리 사회는 서로 남을 앞지르기 위해 지름길을 찾다가 마침내 초등학생에게 중학교 과정까지 공부시켜야 하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말았다.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선행학습금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 법이 규제하는 적용범위가 학교다 보니 이 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선행학습의 대부분은 학원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사교육 업체들에 대해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광고나 선전만 못하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학교만 선행학습을 막아놓으면 학원으로 몰리면서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수업권은 더 침해받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교육당국은 선행학습 금지에 대한 강력한 지도감독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학교는 비록 학생이 학원이나 개인과외로 선행학습을 했다하더라도 그것이 학교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학부모와 학생들이 가질 때만이 우리 교육은 바로 설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해 두고 싶다. 이제 공교육의 성패는 학교가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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