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환경단체, 부지선정 잘못 지적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촉구
사업자 측, '신재생에너지' 정부정책 환경오염 최소화 주장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하나인 풍력발전단지가 거제에 생길 예정이다.

화석연료와 원자력보다 상대적으로 깨끗한 에너지를 얻는다는 긍정적 취지에도 불구하고 숲을 망가뜨리고 자연환경을 헤친다는 모순적 비난을 동시에 사고 있다. 곳곳에서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의 원성이 쏟아지고 있다.

풍력발전소는 바람을 전기로 바꾸는 시설을 말한다. 정부는 이 풍력을 비롯해 태양력, 조력 등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이른바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펴고 있다. 그 일환으로 2011년까지 발전 차액 지원제도(FIT)를 운영했다면 2012년부터는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제도(RPS)를 운영하고 있다.

RPS(Renewable Portfolio Standard)란 일정 규모 이상의 발전사업자에게 총 발전량 중 일정량 이상을 신재생에너지 전력으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이렇게 생산된 전기는 한국남동발전(주)와 같은 발전업체 즉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자'가 사들이게 된다.

정부는 이런 방식으로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늘려 2022년까지 총 전력생산량의 10%를 차지하도록 할 방침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에도 그늘이 있기 마련이다.

풍력발전사업 신청이 늘어나면서 각종 문제점도 함께 불거지고 있다. 특히 풍력발전소가 들어설 곳이 임야인 경우 숲을 망가뜨린다는 점에서 지역민과 환경단체의 거부감이 크다.

▲거제시 일운면 소동리 일원에 조성 예정인 거제풍력단지 조감도.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이 환경훼손 등을 이유로 거제풍력단지 조성을 반대하고 있다.

거제풍력발전단지 어디까지 진행됐나?

(주)거제풍력은 지난해 2월 산업통상자원부의 발전사업 허가를 얻었고, 석달 후인 지난해 5월 '거제풍력발전단지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당시 양해각서에는 김한표 국회의원을 비롯한 거제시·한국남동발전(주)·(주)거제풍력·(주)코네스코퍼레이션 등이 역할분담을 통해 풍력발전단지를 개발·조성하자는 것이 담겼다. 또 지역기업 참여 및 기금조성을 통한 민간지원, 발전단지 주변의 신재생에너지 체험 등 관광시설을 조성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주)거제풍력은 지난해 7월 거제시에 해당 사업부지의 개발행위허가를 신청해 올해 5월 거제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

허나 올해 7월 열린 경상남도 도시계획위원회는 거제시가 요청한 거제풍력발전단지 조성 및 작업로 개설 건에 대해 재심 결정을 내렸고, 재심은 오는 19일 다시 열릴 예정이다.

▲지난달 28일 거제시공공청사에서 열린 '거제풍력단지 조성에 따른 시민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거제풍력발전단지 어떻게 조성되나?

(주)거제풍력은 거제시 삼거동·문동동·일운면 소동리 일원에 발전용량 2㎿ 규모 풍력발전기 18기의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작업도로·작업부지·풍력시설 등의 개발행위면적은 9만9391㎡다. 풍력발전단지 건설 기간은 1년, 운영기간은 20년으로 계획돼 있다.

풍력발전기의 주요 구성품인 풍력터빈은 대우조선해양이 생산한 DeWind D9.1 기종을 사용한다. 회전날개인 회전자(Rotor) 직경은 93m, 회전속도는 6rpm~18rpm이며 회전 날개수는 3개로 시계방향으로 회전한다. 4.3m 직경의 높이 80m 타워가 설치된다. 이 풍력발전단지는 연간 10만7706MWh의 순 발전량을 생산한다. 사업비는 963억원이 투자된다.

(주)거제풍력은 한국남동발전(주)와 사업 추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한편 2012년 2월부터 2013년 2월까지 사업부지의 평균풍속은 7.53m/sec(80m 상공)로 분석됐다. 이를 토대로 (주)거제풍력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풍력자원 검토를 거쳐 이후 나이스신용평가의 사업타당성 평가를 마쳤다.

시민토론회를 통한 찬성과 반대, 그리고 시의 입장

늘푸른거제21 시민위원회는 지난달 28일 거제시공공청사 대회의실에서 '거제풍력단지 조성에 따른 시민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주제 발표에 나선 한국신재생에너지연구소 이상훈 박사는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풍력자원 이용과 환경 규제를 역설했다.

이 박사는 "2035년 세계 발전량의 약 50%를 재생에너지가 점유할 것"이라면서 "그 중 풍력발전이 세계 발전량의 13%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박사는 최근 12년간 유럽에서 풍력발전 용량이 97GW 늘어나 가스발전 설비 다음으로 많이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이 박사는 "2012년 12월 현재 국내 설치용량의 약 4배 이상(약 1841MW) 용량이 사업 지연을 겪고 있다"면서 "이는 환경영향평가 협의나 인·허가와 관련한 이해관계가 해결되지 않은 탓으로 전반적인 풍력산업 위축과 RPS 과징금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발표에 나선 (주)거제풍력의 박기철 대표는 거제풍력발전단지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풍력발전은 경제성과 기술 성숙도가 가장 높다"면서 "풍력발전은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에너지 수입의존도를 낮추는 등의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대표로 나선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박광호 공동의장은 풍력발전은 환경보전의 본래 취지에 맞춰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시민들과 공론화 하는 과정이 부족했음을 지적하면서 부지 선정의 문제점을 거론했다.

그는 "사업부지에는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2급의 남방동사리·애기송이풀, 천연기념물인 멸종위기 2급 팔색조가 있다"면서 "기존에 실시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기 때문에 멸종위기 종에 대한 보호 대책과 함께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연환경 훼손으로 구천계곡 군립공원과 구천댐 정수장 등에 심각한 문제점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민대표로 나선 거제풍력반대대책위원회 옥대석 부위원장은 주민들의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옥 부위원장은 "식수오염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면서 "더불어 소음·저주파·대규모 토목공사로 인한 주민불편의 대책은 더더욱 없는 실정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그는 "주민들에게 피해만 주고 득이 없는 풍력발전단지를 강행할 경우 주민들의 반대투쟁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외에도 시민토론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벌목에 따른 피해 예방, 토사량 감소 대책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강영호 거제시 조선경제과장은 시민의 안전과 환경보존이 거제시의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전력생산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민원을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민간사업자에게 사업진행을 시킬 수는 없는 입장이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삼거마을 주민들이 거제시청 정문에서 거제풍력발전단지 조성 반대 집회를 열었다.

풍력발전 빌미 대규모 산림훼손 우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풍력발전을 빌미로 대규모 산림을 훼손하는 일을 막기 위해 제도개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목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 가중치를 나누고 있는 제도를 개선해 면적에 따라 차등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현행 제도에서도 임야에 대한 가중치가 0.7로 가장 낮은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미지수다. 대안에너지 활성화 정책을 정부에 촉구해 온 시민단체들도 이점에 관해선 발빠른 대응을 못하고 있다.

한 환경운동 활동가는 "굳이 기후변화 협약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늘려야 하는 것은 시대적 대세"라면서 "허나 그 과정이 꼼꼼해야 한다. 관련 업계 중심의 풍력발전 사업 정책을 다시 한 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