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기술된 거제시 연혁, 하루빨리 수정해야
지역 역사연구 구심점 필요…시민관심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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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제역사 바로알기 토론회 ]

▲ 거제신문과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주최한 '거제역사 바로알기' 토론회가 지난 22일 본사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지역 역사고증, 행정의 지원 등을 중심으로 2시간여 동안 토론회를 진행했다.

△김의부= 거제시 연혁이 상당부분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것부터 바로잡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거제시 연혁의 근거 자체가 잘못된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장목면과 외포면에 대한 부분만 해도 그렇다. 시 연혁에는 외포면이 폐지되고 장목면이 신설됐다는 부분이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 외포면도 있고 장목면도 있었다가 외포면이 장목면에 흡수 된 것이다. 역사는 후대 사람이 기록한다. 장목면에는 외포면이 있고 면장이 있었는데 이를 기술한 책자는 없다.

면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이를 기술하지 못한 것은 잘못된 부분이다. 장승포읍에 대한 내용은 최근 자료를 수집하고 거제시 연혁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 거제시에 검토해 보라며 자료를 주면서 변경된 부분이다. 당초 거제시 연혁에는 1935년 장승포가 읍이 됐다고 기술돼 있었다. 그러나 당시 자료와 일본 연호 등을 제시하고 1938년 장승포읍이 됐다는 자료를 제공해 지금은 1938년으로 변경된 상태다. 

시 공무원들이 지역 역사에 대해서는 검증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런저런 곳이 잘못됐다는 민원이 들어오면 정확한 검증을 하지 못해 어려운 부분이 있다. 지금에라도 거제시 연혁에 대한 테마를 잡아서 행정이 검토를 해 잘못된 점을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자료조사를 하다보니 고성군이 거제군에 편입된 때가 있었다. 그런데 연혁에는 빠져있다.

면장제도도 그렇다. 지금은 1913년이 기준이 돼 각 면지역의 초대 면은 사라진 역사가 됐다. 장목면과 둔덕면이 그렇다. 둔덕면세개요에 기술돼 있는대로 둔덕면 청사가 1913년 개청했다는 기록만 보고 면장제도가 1913년 시작됐다고 한 것은 큰 오류다. 이전 면장은 청사가 없이 각 마을에서 근무했다. 청사는 없었지만 분명히 면장제도는 있었고 또한 면서기도 있었다. 행정에서 심의위원회 등을 구성해 역사를 바로잡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백훈= 면장제도가 실시되기 전에는 지방의 유력자 또는 유지를 일종의 면장으로 선정해 지세와 호세를 받도록 했다. 지금으로 본다면 주민등록세와 재산세를 받도록 한 것이다. 거제군지를 처음 만들 때 1913년부터 면장제도가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거제시지를 만들 때도 이 부분은 고쳐지지 않았다. 역사적 기록을 보면 1906년 고종 때부터 면장제도가 실시됐다. 현재까지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본다면 1906년부터 거제에도 면장제도가 실시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거제군수 이원호가 직접 면장들을 불러 회의를 했다는 기록이 있다.

△김의부= 현재 경남도에서 도사를 편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졸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1년 만에 경남의 옛 역사를 정리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한 마을의 역사도 1년 만에 쓰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인근 통영시에는 시사편찬위원 1명이 상주해 자료를 수집해 통영시사를 쓸 때 반영한다. 그만큼 노력과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다. 자치단체장이 관심을 갖고 각 분야별 전문가를 영입해 자료를 조사하고 검증해 역사를 기록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거제시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정확한 자료를 수집하고 검증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오류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역사가 나오기 힘들다. 동지나 면지편찬을 위해 행정에서 사업비를 주면 1명의 집필자가 다 쓰다보니 오류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이 부분은 거제시에서도 잘 알아야 한다.

△전기풍= 각 면·동에서 쓰는 면지와 동지, 그리고 거제시지. 이런 지역 역사를 고증하거나 감수할 수 있는 부분이 부족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몇몇 편찬위원이 모여 지역역사에 대한 책자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행정에서 예산을 투입해 만들어지는 면지와 동지에 오류가 발생한다면 이는 우리의 후손들이 잘못된 역사를 그대로 배운다는 말이 된다.

행정에서도 면지와 동지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명확히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역사가 잘못 기술됐을 때에는 행정에서 바로잡는 작업을 반드시 해야한다. 현재 거제시에는 기록물 관리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떠한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거제시의회의 경우에도 역사가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다. 

그렇다면 행정에서도 투철한 역사의식과 전문성을 지닌 계약직 공무원을 채용해서라도 지역 역사를 관리하고 오류를 정정할 수 있도록 힘을 쏟아야 한다. 거제군지에는 거제지역에 있었던 24개 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거제는 일본과 접해 있어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최전방과 다름이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거제군지와 거제시지에는 거제지역 성에 대한 내용이 똑같이 기술돼 있다. 거제군지가 기록될 당시 잘못된 점을 바로잡아 거제시지에 반영해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다. 반드시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

일례로 거제시지가 잘못된 역사를 담고 있다면 지역의 각 단체에서 만드는 책자에 담기는 역사가 모두 오류가 될 우려가 크다. 거제시지를 바탕으로 각종 책자를 만들다 보니 오류가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올바른 역사를 후손들에게 물려주려면 잘못된 점을 정정하고 새로운 역사적 사실 첨가하며 현재의 사실도 기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거제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현재 거제시의 업무인력 가운데 문화유적을 관리하는 인력은 있지만 역사를 기술하고 정정할 수 있는 인력은 없다. 반드시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손삼석= 문화재를 관리하면서 안타까운 점은 지역의 정립된 역사가 없다는 것이다. 당초 거제시에 지역 역사를 관리하고 자료를 수집하는 담당 관리사와 문화제를 전문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문 학예사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인력보강을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 부분은 거제시민 전체의 몫이기도 할 것이다. 지역역사와 문화재, 역사의 정체성 확립에 대해 관심을 갖고 신경을 쓰는 부분이 적어서 아쉽다.

다들 알다시피 임진왜란 당시 하청 북사에 있었던 동종이 일본으로 수탈돼 현재 국보로 지정돼 있는 사실이 있다. 그래서 사등면 저도에 있는 도고 헤이야치로 비석과 맞바꾸기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 무산된 적이 있었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거제역사를 체계적으로 세우는데 필요한 행정적 지원을 모색해 보도록 하겠다.

△김행복= 행정 공무원들은 자리를 자주 옮긴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 역사에 대한 전문직을 고정적으로 둬 자부심을 갖고 일하며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방부에 있으면서 포로수용소 유적관 건립과 관련된 자문을 했었다. 포로수용소 만큼은 역사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도움을 많이 줬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을 관리하는 공무원은 늘상 자리를 바꾼다.

포로수용소와 관련된 수많은 자료를 미국에서 가져왔지만 현재 대두분의 자료는 사장돼 있는 상태다. 다시 말해 거제역사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와 수집, 처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거제시의 경우 역사에 대한 관리가 잘 안 되고 있다고 느낀다. 실제 의문이 들어도 물어볼 만한 곳이 없다. 이번 토론회를 기점으로 거제시 역사를 총괄적으로 관리하고 연구하는 모임이나 연구소, 학회 등이 결성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명옥=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다양한 이야기를 접하면서 지역역사에 대한 관심과 의문을 가질 때가 많다. 현재 면사무소에 가보면 초대 면장부터 사진이 걸려 있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일제시대 면장은 제외하고 해방 이후부터의 면장 사진을 내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초대 면장에 대한 정통성과 정확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또 거제사람들이 고려 말에 거창으로 이주해 갔다가 150년 뒤 다시 돌아왔다는 기록이 있다. 이부분 역시 거제의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삼별초로 인한 이주, 왜구 침탈로 인한 이주라는 두 가지 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확한 고증과 논의를 통해 보다 명확한 사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루라도 빨리 지역역사를 바로 잡는 일이 시행돼야 한다고 본다.

△김백훈= 역사를 기술할 때는 균형감각이 있어야 한다. 일제시대 때 겉으로는 친일을 했지만 실상으로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이를 잘 파악해 친일에 대한 정리를 바로 잡아야 한다. 지역 역사를 다룰 때는 그 지역민들에게 많은 부분을 알아 봐야 한다.

책에 나온 자료만 가지고 친일파라고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 새로운 자료가 발굴되면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를 고증해야 한다. 거제의 옛 명칭에 대한 문제도 정립되지 않은 상태다. 역사학자, 교수 등에게 자문을 구해 정확한 거제의 옛 명칭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전기풍= 거제문화원에서 거제지명 총람을 발간한 적이 있다. 지명의 경우 각 지역의 형태나 역사적 사건 때문에 순 우리말로 돼 있다가 일제시대 때 행정체계가 잡히면서 많이 변했다. 역사적 사실을 기술하는데 옛 지명을 찾는 부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거제지역의 24개 성에 대한 역사적 고증과 보존작업이 필요한 때다. 옥포에도 옥포성이 있지만 도심개발에 밀려 흔적도 없다. 경남도에서 지정한 문화재이지만 이를 보존하거나 알리려는 노력조차 없는 실정이다. 우리 후손들에게 현재의 문화재를 잘 보존해 알려주는 일을 하나씩 해나가야 할 때다.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면 검증작업을 통해 역사적 사실로 인정하는 것처럼 문화재를 잘 보존하고 관리하는 부분 역시 지방자치시대 행정의 커다른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지역 역사에 대한 소중함을 지역민들에게 인식시키고 관심을 기울이게 하는 노력,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행정이 큰 역할을 해야 한다.

△김의부= 지명연구의 기초자료는 지도다. 현재 거제관련 고지도 100여점이 발굴 된 상태다. 지도와 지명을 매치시키는 일은 중요한 작업이다. 지명의 변천사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일운면의 지심도가 언제 지상도로 불렸다가 언제 지심도로 불렸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발굴된 고지도를 책자로 만들어 지역 역사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행정적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손경원=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토론회가 마련된 부분이 중요하다고 본다. 앞선 토론자들이 거제시 연혁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거제의 옛 명칭이라는 독로국에 대해서는 옛 신현지역 사람들은 별다른 이야기가 없다. 그런데 장승포지역 사람들은 독로국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문제 때문에 옛 신현지역과 장승포 지역 사람들이 다툰 적도 있다.

기회가 된다면 사심을 버리고 우리의 후손을 위해서 올바른 역사를 가르칠 수 있는 연구가 병행됐으면 한다. 현재 각 지역에서는 경쟁적으로 면지와 동지를 발간하고 있다. 몇몇 곳을 제외하면 특정인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료만 가지고 집필한 경우가 있다. 잘못된 부분은 바로 잡아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부분이 많다. 거제시지에 잘못된 부분이 기술돼 있으면 면지와 동지에 그대로 적용된다.

행정에서도 관내와 관외를 불분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 검증하는 작업을 철저히 해야 한다. 향토사학자와 교수 등을 대상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내용을 확인 및 점검하는데 심혈을 기울인다면 잘못된 지역역사의 오류를 바로 잡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손삼석= 거제는 고인돌 수가 대한민국에서도 손꼽히는 지역이지만 그만큼 훼손도 많다. 현재 거제시에는 문화재 관리 인원이 3명 밖에 없다. 그런데 통영시의 경우 독립된 과로 존재하고 있어 대비가 된다. 또 임진란 역사가 정비되지 않은 지역은 거제밖에 없다.

역사적 사실로 초대 통제사는 이순신 장군, 2대는 원균 장군, 3대는 이순신 장군이다. 이순신 장군이 통제사로 가배량에 주둔했기 때문에 첫 통제영이라고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앞으로 지역민이 힘을 모아 가배량 복원 등 역사적 사실을 발굴 할 필요성이 있다.  

△김행복= 지금까지 지역 역사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단발적인 행사로 끝이 났다. 각각의 개별 주제를 정해 지속적인 토론회와 세미나 등을 가져야 한다. 또 지역역사에 애정과 관심을 지닌 연구자를 규합해 모임을 만들어야 한다. 학회는 다소 거창하고 거제역사연구회 등을 만들어 지역 역사연구의 구심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또 거제시에서는 역사자료를 수집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 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의 연구내용을 실을 수 있는 연구지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 내용을 바탕으로 토론을 하다보면 명확한 사실이 밝혀질 수도 있다. 많은 지역민들이 함께하는 지상 토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에 대한 예산도 수반돼야 할 것이다.

△전기풍= 예산만 있다고 해서 가능하지는 않다고 본다. 학술연구를 통해서 지속적인 세미나를 개최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개방해 검증과 고증, 감수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중요한 사안이라면 거제시에서 예산을 투입하지 않더라도 전 시민 모금운동을 전개해서 이뤄내야 한다. 지역에서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서로 간 고집이 너무 센 것 같아 아쉽다. 타인의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균형감각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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