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민 칼럼위원

▲ 이용민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새 학기가 시작됐다. 각 학교마다 2학기 계획 속에 학생들의 문화관련 현장체험을 반영하고 있는 모양이다. 돌이켜 보니 내가 연극을 처음 접했던 것이 중학교 2학년 때,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통영의 봉래극장에서 본 '토끼와 포수'였다.

40년 가까운 세월을 지금도 연극쟁이로 살아가는 극단 벅수골 멤버들의 초창기 작품이었던 것 같은데, 그 때의 감동이나 색다른 체험은 오래도록 나를 성장시키고 문화적으로 살 수 있도록 이끌었던 것 같다.

관내의 공연장에 소개된 공연물들을 보니 학생들이 볼만한 작품들이 몇몇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클래식 음악의 비중이 단연 높다는 특징도 있었다. 공연시장의 구조적 문제일수도 있지만 대부분 극장형태에 가장 적합하게 운영되는 것이 클래식음악이란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이유인 것 같다.

클래식음악은 이렇게 우리 주변에 많이 노출되고 심지어 교육적인 측면에서 강요되다시피 하지만 그다지 사랑받지 못하는 것 같다. 사람으로 치자면 약간 비호감이랄까.

일단 어렵다는 선입견이 지배적인데다 공연장 내에서 이런저런 통제가 너무 많기 때문인듯 하다. 내 돈 내고 즐기러 왔는데, 지금은 못 들어간다 음료수는 여기서 먹으면 안 된다 애들은 입장 못한다 심지어 박수도 함부로 못치게 하니 비호감일 수 밖에.

멀쩡한 사람도 클래식음악회 관람하러 갔다가 박수 잘못 쳐서 천하에 무식하고 경우없는 사람 취급 당해본 경험이 더러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규칙 아닌 규칙을 누가 만들어 놓았는지 궁금할 법도 하다.

대부분 공연장 안내 멘트에는 악장과 악장 사이는 박수를 삼가 달라고 주의를 주는데, 일단 이 악장이 문제다. 대부분 교향곡은 4악장 그리고 협주곡은 3악장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런 형식을 만들어 낸 양반이 누군지 찾아봐야 하지 않겠나. 서양음악사에서 교향곡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사람 바로 하이든이 그 원흉일 수 있겠다.

고전주의음악의 형식을 확고히 만들었으니 비켜갈 수 없는 원망의 대상 1호다. 하지만 하이든이 교향곡을 만들어 놓고 "악장과 악장 사이에는 절대로 박수를 치지 마시오"라고 했을까? 그렇진 않다. 실제로 악장 사이 박수를 노골적으로 자제시켰던 사람은 따로 있다.

미국 오케스트라 연맹 CEO 헨리 포겔은 세상에서 단 한 명의 지휘자를 고르라면 푸르트뱅글러(Whilelm Furtwangler/1886~1954))라고 했다. 그는 베를린에서 태어났는데 독일 최고의 지위인 베를린 필하모니와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가 되고 또 빈 필하모니의 상임 지휘자를 겸해서 빈 국립 오페라 극장의 지휘도 했다.

한편 미국에 건너가서 뉴욕 필하모닉을 지휘했고 또 바이로이트 음악제의 총감독도 역임했다. 그야말로 카라얀 이전에 20세기 최고의 지휘자라고 하는 게 하나도 이상할 게 없었다. 바로 이 사람, 프루트뱅글러가 악장 사이에는 박수를 치지 말라는 주문을 연주회 때마다 했다고 한다.

푸르트뱅글러는 나치스 정권에 많은 협조를 했다 해서 종전 후 재판을 받게됐는데 결과적으로는 무죄를 선고 받았다. 오히려 힌데미트나 발터나 골트마르크 등의 유태 음악가의 추방에 대해 나치스 정권에 항의를 한 정황도 나와 다른 평가를 이끌어 내기도 했는데 연주회장에 나치 깃발이 걸려있는 사진들로 인해 지금도 논란은 여전하게 남아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젊은 음악가, 피아니스트 손열음이나 첼리스트 장한나, 바이오리니스트 사라장 같은 연주자들은 악장 사이 박수에 대해 관대한 인터뷰를 한 예가 있다. 감동이 있을 때 박수로 화답하는 건 오히려 자연스럽지 않느냐라는 의미로.

그럼 푸르트뱅글러는 왜 그랬을까? 푸르트뱅글러는 정확한 박자에 메달리기보다 선율의 흐름을 유지시키는 방향으로 지휘의 포인트를 가져갔던 지휘자로 유명하다. 달리 말하자면 그만큼 곡 전체의 자연스런 흐름을 중요시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다면 1악장을 마치고 다음 템포와 음악적 감성을 충전 중인 사이의 박수는 어마어마한 방해요소가 될 성 싶기도 하다.

우리는 노래방에 가서도 정작 다른 사람의 노래를 잘 경청하지 않는 좀 못된 습관들이 있다. 이왕 이런 문화가 만들어졌으니 공연장이든 노래방이든 잘 듣고 인사할 때까지 기다렸다 큰 박수로 격려해 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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