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개 업체 앞다퉈 신·증설, 과잉 설비 우려 확산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조선업이 조만간 초과 공급이 우려, 국내 조선 설비의 신·증설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국책 연구기관에서 나왔다.

산업연구원(KIET)은 6일 내놓은 ‘선박 건조설비 신증설에 대한 신중한 접근 필요’ 제목의 보고서에서 세계 조선시장은 여러 요인에 따른 중장기 경기순환이 존재하는 만큼 경기 하강 시의 영향이 생각보다 심각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이같이 진단했다.

해상물동량의 증가와 노후 선박 및 유조선 교체수요, 해양오염 규제 강화 등으로 세계 각국에서 신선박 건조 필요성이 늘면서 세계 선박 건조 수요는 물량기준 2003년 3550만GT(총톤수)로 이전 최고치를 넘은 뒤 올해 상반기에만 6900만GT에 이르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20여개 업체가 기존 설비를 확장하거나 경쟁적으로 조선업에 새롭게 뛰어들고 있다.  설비 확장에 따른 강재 등 재료 부족, 인건비 상승 등의 부작용도 유발되는 형편이다.

조선·해운분야 분석기관인 MSI의 전망에 따르면 2003∼2006년 조선시장에 나타났던 기록적 초과수요는 곧 초과 공급으로 전환돼 향후 4년간 상당 규모의 공급 초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이 기간은 중국의 대형 조선기지들이 본격 가동을 시작하는 시기여서, 국내 조선소와의 치열한 수주 경쟁이 벌어지고 그 경쟁은 가격 경쟁의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게 KIET의 전망이다.

KIET는 국내 조선업체들에 쓰이는 육상 건조법이나 플로팅 도크(바지선 형태의 부유식 도크) 등은 단기 물량 소화에는 유용하지만 건조비용 절감과는 상치되는데다 최근의 인건비 상승, 원화 고평가 등을 고려하면 이런 상황은 국내업체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성인 연구위원은 “1970년대 석유위기시에도 유가 급등으로 원유 비축수요가 늘며 유조선 수요가 폭발했지만 세계 경제 침체로 해상 물동량이 줄면서 조선시장의 장기 불황으로 이어졌다”면서 “현재는 건조능력을 확대하는 시기지만 이로 인해 공급과잉과 운임하락이 발생하고 여기에 세계 경제 둔화 조짐이 나타나면 조선 불황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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