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28사단 윤모 일병이 선임병 4명에게 구타를 당해 숨진 사건으로 전국 군부대에는 아들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몰려든 부모들로 북적거렸다.

면회객 대부분은 군에 입대한 지 얼마되지 않는 병사들 부모가 대부분이었다.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군대에서의 구타와 가혹행위는 일제 군국주의 시대의 잔재다. 강군(强軍)을 육성하겠다고 사병들을 감시와 폭력으로 통제하던 낡은 병영문화가 내일이면 광복 69주년을 맞는 이 시점까지 혁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심히 부끄러운 일이다.

군대도 아니면서 군기(軍紀)를 잡는다는 이유로 폭력을 정당화하려는 잘못된 인식은 아직도 우리 주변 여러 곳에서 도사리고 있다. 학교폭력이 그렇고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가 그렇고 기업체의 신입사원 길들이기에서도 흔히 보는 일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軍의 폭력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지 軍의 기강과 규율 무너뜨리자는 것이 아니다. '군기(軍紀)'는 군대의 생명과 같다. 軍에 군기가 빠진다면 그건 군대가 아니다. 그렇다고 '군인은 어떤 경우에도 구타·폭언, 가혹 행위 등 사적(私的) 제재를 행해서는 안 된다'는 '군인 복무규율'을 어겨가면서까지 군기라는 빌미로 비인간적 행위가 자행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수준과 인권의식이 높아진 신세대 병사들이 만족할 수 있는 병영문화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병사들에게 휴대폰을 소지하게 해 군대 내에서 일어나는 가혹행위를 부모에게 알리게 하자는 발상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학교에도 수업에 방해되기 때문에 학생들의 휴대폰 사용을 못하게 하는데, 군인이 작은 불만에도 쪼르르 부모에게 전화해서 일러바치는 일이 비일비재 하게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그냥 실소가 나올 뿐이다.

이번 기회에 軍에서의 폭력 등 반인권적 행위는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는 데는 누구나 동의한다. 그러나 그것은 軍의 기강을 바로 세우는 본질의 문제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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