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자식이 있음에도 무분별한 섹스에 빠져 사는 버니먼로는 아내의 간곡한 전화를 받고서도 창녀와 하룻밤을 보낸다. 그리고 날이 밝아서야 느긋하게 집에 돌아가지만 아내는 목을 매 자살했고 어린 아들 버니 주니어만이 그를 반길 뿐이다. 성강박증 중증 환자인 버니먼로 때문에 멀쩡했던 아내는 심한 우울증을 앓게 되었고 그로 인해 자살을 하게된다.

그리고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그녀의 부모와 주변 친구들은 장례식장에서 그에게 싸늘한 시선을 보낸다. 얼렁뚱땅 아내의 장례식을 잽싸게 해치워버린 버니먼로는 화장품 판매를 명목으로 버니 주니어와 함께 4일간의 기묘한 여행을 떠난다.

주인공 버니먼로는 인생의 패배자이다. 아내를 죽음에 이르게 만들고 아들의 양육에는 관심도 없으며 자신의 삶마저 스스로 지옥에 던져버린 낙오된 인간이다. 작가 닉 케이브는 우리에게 버니먼로를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책을 놓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고민이 되는 문제이다.

아마도 이 작품을 읽은 독자라면 시간을 두고 고심해봐야 할 과제가 될 것이다. 눈병으로 햇빛조차 보기 힘들어하는 아들에게 안약조차 쥐어줄 여유가 없는 아버지 버니먼로는 도대체 왜 그렇게 되었을까. 버니 주니어가 태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던 그가 갓 태어난 아들을 집에 데리고 온 날부터 이상해졌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그의 이상한 행태는 그 원인을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버니먼로는 죽는 순간 "착하게 살기에는 이 세상이 너무 어렵다는 사실을 알았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마지막 말로도 그동안의 변태적이고 민폐적인 삶은 이해되지 않는다.

'버니먼로의 죽음' 속에는 독자가 기대하는 것들은 담겨져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인물의 기괴한 사고와 행동을 변호하지 않고 단순히 나열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읽는 내내 9살 버니 주니어의 따갑고 아픈 눈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김수진ㆍ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