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한지도 일주일이 지났는데 재미있는 일은 없고 심심하기만 합니다. 집 밖의 나무에서는 매미가 목이 터져라 울어대고 친구들과 밖에서 놀기에는 날씨가 너무 덥습니다.

여름에는 시원한 바닷가에서 물놀이 하는 것이 최고인데 엄마랑 아빠는 토요일인데도 일하러 갔습니다. 아침에 출근할 때 오늘은 빨리 오신다고는 하긴 했지만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딩동, 딩동"

"누구세요?"

엄마랑 아빠가 물놀이 할 때 쓰는 튜브와 수영복을 손에 들고 문 밖에서 웃고 계십니다.

"우리 학동해수욕장에 가자. 지금 구조라해수욕장과 학동해수욕장에서 '바다로 세계로' 행사를 하고 있단다. 재미있는 볼거리도 많고 밤에는 유명한 가수가 와서 공연도 한다더라."

매번 약속을 어기는 아버지가 오늘은 더없이 믿음직스럽고 좋아 보입니다.

거제에서는 매년 7월 말에서 8월 초순경에 4일간 구조라해수욕장과 거제시 일원에서 '바다로 세계로 거제로'라는 슬로건으로 전국 최대 규모의 해양스포츠축제가 열립니다. 요트경기대회·국제핀수영대회·세계여자슈퍼비치발리볼대회·에어로빅경연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펼쳐집니다.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 속 문화예술공연을 함께 즐기면서 낭만이 가득한 추억을 만들어 줍니다.

처음 집을 나섰을 때는 상쾌한 드라이브였지만 학동해수욕장에 가까이 갈수록 차가 밀려 보통 때보다 훨씬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주차장이 되어버린 해수욕장 주변에는 차들로 가득 찼고 전국에서 찾아온 많은 사람들로 푸른 바다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바닷물에서 신나게 수영하고 있는데 안내 방송이 들렸습니다.

"잠시 후 바다에서는 전국 제트보트 대회가 열리겠습니다. 그리고 무대에서는 전국 에어로빅 경연대회가 있습니다. 내일은 국제 남·녀 세팍타크로(註: 배구와 축구를 혼합한 족구와 비슷한 스포츠)와 비치발리볼이 열릴 예정입니다."

아버지랑 같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제트보트 대회를 보았습니다.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신나게 달리는 제트보트를 보면서 나도 한 번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는 에어로빅 경연대회를 보면서 음악에 맞춰 손과 발을 따라 하며 즐거워 했습니다.

수영도 하고 재미있는 공연도 보니 집에 가는 것도 잊어버린 정도로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저녁에는 유명한 가수가 와서 노래도 부르는 'THE BLUE' 공연도 있다고 합니다. 그 공연도 보고 가고 싶었지만 말을 끄집어내지 못했는데 아버지가 먼저 'THE BLUE' 공연도 보고 가자고 해서 마음속으로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유명한 가수들을 직접 보니 너무 신기하고 즐거웠습니다. 푸른 바다와 반짝이는 조명, 많은 사람들의 함성소리, 신나는 음악이 한데 어울려 더없이 행복한 밤을 만들어 냈습니다.

밤 10시가 넘어서야 공연이 끝났습니다. 우리 고장에서 이런 멋진 행사가 있다는 것이 여간 자랑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아버지를 졸라 내일도 오기로 약속했습니다. 내일은 말로만 듣던 세팍타크로와 비치발리볼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오늘은 꿈 속에서 푸른 바다가 보일 것만 같습니다.

 정리: 윤일광 논설위원
 (자료: 거제교육지원청 '거제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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