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거제문화원 향토작가 김의부·김윤자 초대전…오는 23일부터 시 시민휴게실서

언제부터인가 부부는 늘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역사와 문화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 향토사학자인 남편은 조선의 선비가 그랬듯이 대상물이 지니고 있는 정신과 작가의 고매한 인품을 잘 버무린 문인화의 전통을 수묵담채로 담아냈고, 아내는 우리네 삶의 자연을 녹색과 청색의 강렬한 색감으로 섬세한 그의 붓놀림을 통해 생명을 불어 넣었다. 부부의 그림은 초여름의 신록이 되어 신선하게 다가선다.

6월23일부터 27일까지 거제시청 시민휴게실에서 드디어 부부는 그림으로 하나가 돼 '부부 작품 초대전'을 연다.

향토사 연구에 천착해온 묵우 김의부 선생은 역사연구의 날카로운 시선과 예리한 판단의 세계에서 그림을 통해 언어를 붓끝으로 살려냈고, 아내 김윤자 여사는 싱크대에서 이젤로, 양념통에서 물감통으로 수저통에서 붓통으로 옮겨 그동안 늘 보면서도 느끼지 못했던 일상의 내 주변 풍경과 추억들을 기교가 아니라 어머니 품 같은 온화함과 따스함으로 살려냈다. 그래서 김윤자 여사의 그림에서는 잃어버린 고향의 냄새가 난다.

부부의 작품세계는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다. 캔버스와 화선지가 다르고, 물감과 먹물이 다르고, 아내는 빛과 색의 조형성을 치중했다면 남편은 관념과 철학으로 심오한 세계관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부부의 작품은 울림이 같다.

이렇게 아름답게 늙어가는 부부의 저녁나절이 노을 진 서쪽하늘처럼 붉게 타고 있다. '행복'이라는 단어가 절로 입속에서 중얼거려지는 뭉클한 감동이 있다. 그림이 부럽고 부부가 부럽다.

우리네 부부들은 왜 나이 들어가면서 이렇게 하지 못하는가?

'나도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늘 마음뿐이었어.' 이 하찮은 변명으로 시간을 죽이고 있을 때 묵우 김의부와 김윤자 부부는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함께 붓을 들고 있었다는 것이 우리와 다르다. 우리는 하고 싶을 때 하지 않았다면, 부부는 하고 싶지 않을 때도 하고 있었다. 그것이 우리와 다르다.

"10여 년 동안 여가를 활용해 동서양화 작업을 해오는 지금 거제문화원 제15번째 향토작가로 선정돼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름 있는 작가는 아니지만 거제의 자연과 내면의 세계를 화폭에 담아 여러분에게 선보이게 됐다"고 말하는 김의부·김윤자 부부의 작품전시회에 꼭 다녀가기를 권하고 싶다. 이왕이면 부부가 함께 관람하면서 부부가 함께 가는 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이번 기회에 느껴보면 좋겠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