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하라 - 박노자·지승호 作

▲ 성동욱 대학생
당황스럽다, 이 말이 나의 가장 솔직한 소감이 될 것 같다. 이 책에서 느껴지는 당황스러움의 출발은 역시 제목부터다. 좌파라는 말을 예전처럼 '빨갱이'와 동의어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우리사회가 그런 선입견에서 벗어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걸 감안하면 제목은 충분히 파격적이다.

'좌파하라'의 저자는 박노자와 지승호이다. 박노자라는 이름은 정치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익숙할 것이다. 간단한 약력을 소개하자면 러시아에서 한국학을 공부했고, 한국에 와 기어이 한국 국적을 땄고 현재는 노르웨이의 오슬로 대학에서 한국학 교수로 재임중인 조금은 특이한 사람이다. 공동저자인 지승호는 현직 작가이다.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책에서 인터뷰어의 역할을 하고 있다.

책의 제목만큼이나 내용 또한 도발적일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책은 쉬이 읽힌다. 거의 대부분의 지면은 복지나 FTA 문제, 그리고 송전탑 문제 등 우리 사회의 현안들을 이야기 하는데 할애된다.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된 덕분인지 다소 어려워 보였던 첫인상과 달리 이 책은 읽어내려 갈수록 내가 가진 첫인상만큼 세지도 어렵지도 않다는 느낌을 줬다. 읽기 편하게 작성됐다 해도 이 책은 분명 한국인들에겐 불편할 테다.

한국과 세계가 직면한 많은 문제들을 사회민주주의나 사회주의의 담론을 받아들여 극복해보자는, 한국인으로서는 낯설고 생소한 의견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그가 내세우는 담론들은 불과 이십여 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절대악'으로 분류되던 것들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또한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당장의 한국 실정과는 다소 괴리가 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좌파하라'는 한국인들이 한 번쯤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박노자와 비슷한 노선의 사상가 혹은 지식인들은 한국 정서를 고려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환경 속에서 박노자의 당당하고 솔직한 태도는 특별하게 느껴진다. 특히 다소 경직된 의사소통구조를 가지고 있는 한국사회에는 더욱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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