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민호 의원, 경남도와 금호그룹 측 해명 요구

백지화된 장목관광단지 조성사업은 정치적 희생양이라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일부 시민들 사이에는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그룹(회장 박삼구)은 호남의 대표적 기업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 정권 때는 이 그룹에 대한 정치적 배려 의혹까지 제기됐다고 지적, DJ와 정적(政敵)인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고향땅에 투자를 꺼리는 것 아니냐」는 여론들이 나오고 있다.

또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금호그룹이 지난해 11월15일,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6조4천2백55억 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어 현재는 그룹전체가 자금난에 직면, 당분간 관광단지에 투자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조심스런 분석들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경남도의회 권민호 의원은 장목관광단지 개발사업 무산은 정치적 의혹이 짙다며 경남도에 이의 진실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장목관광단지 조성사업과 관련, 최근 거제 시민들 사이에 떠도는 루머들을 취재했다.

정치보복 가능성 제기

경남도의회 권민호 의원(거제 1 선거구)은 지난달 29일, 경남도 관계자들에게 장목관광단지 개발사업 무산과 관련, 특별대책을 세우는 등 경남도가 중간 역할을 담당하라고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권 의원은 “장목관광단지 사업 무산 원인과 관련, 정치적 의혹이 짙다”고 지적하고 “특히 이 사업의 주체인 금호그룹은 DJ와 특별한 관계가 있어 DJ와 정적으로 소문난 거제출신 김영삼 전 대통령과 그의 고향 거제 장목면 개발을 달갑지 않게 여기기 때문에, 정치와 관광단지 무산을 연관지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금호그룹은 항공산업을 비롯 건설, 레저, 운공물류, 화학, 금융, 인프라 등 계열사 38개사를 거느린 우리나라 10대 기업 중 하나라고 밝히고 이 그룹은 지난 1997년 IMF때, 자금난을 겪었지만 군인공제회가 금호타이어 주식을 인수하며 위기에서 벗어났고 같은 해 광주은행 대주주로 지역 금융권을 장악, 호남의 대형 관급공사 대부분을 수주하는 등 DJ 정권때 그룹자체가 급성장해 장목관광단지 무산은 정치적 희생이라는 거제시민들의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며 “경남도와 금호 측은 이를 숨김없이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시민들은 금호 측의 이같은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장목관광단지 사업추진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시민 박모씨(55. 신현읍 고현리)는 “영호남 지역감정 골을 거의 메워가는 요즘, 일부 시민들의 YS와 DJ 거론 등 정치적 운운은 정말 충격적”이라며 “금호그룹이 거제시민들의 따가운 여론의 화살을 피하는 길은 조속한 시일 내 장목관광단지 사업을 추진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김모씨(47. 옥포2동)는 “장목관광단지 무산 이유가 정치적 희생으로 판명될 경우 금호 관련 모든 것은 불매운동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경남도, 금호측에 책임추궁

장목관광단지 개발사업과 관련, 경남도도 금호 측을 적극 압박하고 나섰다.

공창석 경남도 행정부지사는 최근 장목관광단지사업 무산과 관련, 금호 측에 엄중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공 부지사는 조속한 시일 내 이 사업을 추진하지 않을 때는 중앙일간지 등에 공개질의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호 측은 해외 출장 중인 박창규 (주)대우건설 대표가 이주 초, 귀국예정으로 있어 빠른 시일 내 경남도와 테이블에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겠다고 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거제시의 입장

거제시는 지금이라도 금호 측이 이 사업과 관련 협조를 요청해 오면 모든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호그룹이 장목관광단지 사업 자체를 조정하는 한 개발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거제시는 차라리 마음 떠난 기업은 보내고 인수를 희망하는 업체를 전격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최근 서울의 한 부동산업체가 장목관광단지 인수를 희망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업체는 이번주 중 완벽한 사업계획서를 마련, 거제시를 방문해 사업 설명회 등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지난달 18일에는 두산그룹 실무자가 거제시를 방문, 장목관광단지 개발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목관광단지 추진 사항

장목관광단지 조성사업은 장목면 송진포, 구영 일대 3백30만㎡(1백만평)에 총1조3천억원을 투입, 미국의 라스베가스에 버금가는 카지노 시설과 국제회의를 위한 컨벤션센터, 콘도 등 숙박시설, 해양스포츠장, 골프장 등 해양종합위락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996년1월, 당시 김혁규 경남도지사는 ‘도정(道政) 1백년 사상 최대 프로젝트’라며 거제권 장목관광단지 개발계획을 발표했고 이어 (주)대우건설이 민자사업자로 선정, 이 사업을 추진했으나 곧 이은 IMF 등 경제위기를 맞은 데다 대우그룹의 해체로 이 사업 자체가 표류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 콘도와 9홀의 골프장, 편의시설 등을 우선적으로 조성, 장목관광단지 개발의 신호탄을 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느닷없이 금호 측은 지난 4월18일, 대우건설 도원대 상무를 보내 장목관광단지내 콘도 건립사업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거제시에 전달해왔다. 이유는 인근 통영시에 자사가 운영하는 통영 마리나리조트 콘도가 있어 이중 투자가 곤란하다는 입장이었다. 

향후 전망

대우건설 인수에 진력(盡力), 사세조차 지친 금호가 현재로선 관광단지개발 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은 낮다. 

때문에 금호 측이 장목관광단지 개발권을 완전 포기, 사업 전체를 타 업체에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의치 않은 금호의 자금 사정은 오는 8월말까지 서울역 앞 대우빌딩 매각을 추진, 현재는 모건스탠리(미국계 금융회사)가 1조1천억을 제시, 가장 유력한 인수 업체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금호가 자금사정 등을 이유로 관광단지 사업을 완전 포기할 경우 D그룹(서울 본사), 수도권의 부동산 컨설팅업체 등 일부 자금력이 충분한 업체가 관광단지 사업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거가대교 개통(2010년)과 대전-통영 고속도로 거제연장(2017년) 등에 따른 관광 호황을 예측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금호 측도 장목관광단지 사업은 섣불리 놓지는 않을 수도 있다. 금호 측은 땅을 내놓고 투자자를 물색해 공동개발방식으로 이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처럼 장목관광단지 개발 사업은 현재로선 금호 측의 의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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